이동희(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요즘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놀이가 있다. 그중 초성 맞추기 놀이는 초성만 이야기하고 정확한 낱말을 맞추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을 하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하하 호호 낄낄 거리며 웃고 떠들며 맞추는 퀴즈이다. 초성은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요즘 세상을 살면서 간단하지만 남과 님처럼 점하나 차이로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뇌리를 스친다. 유행가 노래 중에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같은 인생사라는 가사가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는 ㄱㅅ의 초성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나타내는 상반된 말인 관심과 간섭이 있다. 요즘 같은 삭막한 세상에 관심과 간섭은 꼭 필요한 말이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행복하지 않고 타인의 지탄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관심인가? 간섭인가?  따라서 오늘은 같은 초성으로 전혀 의미를 갖는 관심과 간섭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법륜 스님의 말씀 중에 출가하는 석가를 부모가 간섭하여 앞길을 막았다면 부처가 되었을까?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정말 말은 상반된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 한쪽은 관심이라 하고 다른 쪽은 간섭이라 한다. 부모는 사랑이라 표현하고 자녀는 간섭이라 말한다. 가족 사이에 서로의 사생활을 지켜주며 진짜 관심을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관심과 간섭은 사랑하는 화초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화초는 썩어 죽고, 너무 안 주면 말라 죽는다. 상대가 싫어요! 라고 하면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애정 어린 관심은 상대방도 똑같이 느낀다. 우리 모두 상대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 간섭이 되지 않길 바란다. 관심과 간섭의 차이는 관심은 사랑의 표현이고, 간섭은 이기심의 표현이다. 관심이 믿음의 보살핌이면 간섭은 불신의 개입이다. 관심은 긍정적 시각과 신뢰의 표현이고 간섭은 부정적 시각과 불신의 표현이다. 더불어 커다란 차이점은 관심은 받는 자의 입장에서 따스함이고 간섭은 불쾌감이다.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에게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너는 정말 대단하구나! 는 관심이고, 이런 것은 이렇게 하는 거야! 는 간섭이다. 사람들은 누군가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좋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현대 생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웃사랑의 표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남의 간섭을 귀찮아한다. 특히, 지식정보화사회가 되면서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다른 사람이 나의 사생활에 끼어드는 것은 정말 싫어한다. 더불어 아이들도 어른들의 간섭을 귀찮아한다.

  사막의 수도사에 대한 이야기 중에 관심과 간섭에 대한 말이 있다. 관심은 남의 연약함과 상처를 치료하려는 마음에서 생긴 배려이지만, 간섭은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배려에는 치유가 일어나고 간섭에는 상처와 갈등이 남겨진다. 또한, 관심은 상대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되고 상대방에게 유익함을 주는데, 간섭은 욕심에서 시작되고 상대방에게 해를 끼친다. 관심과 간섭의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동기나 결과는 정반대이다. 관심과 간섭은 세상을 살면서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웃사랑의 실천으로 가장 좋은 것은 관심은 최대한으로 간섭은 최소한으로 한다.

 


  현대사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생활을 한다. 한 지붕 속에서 독립된 다가구 형태의 생활을 한다. 이는 한 가족처럼 동일시하며 전원생활을 하는 것만큼 행복 하다. 하지만, 현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혹은 이웃이 돌아가셔도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나름대로 관심이 있어 소소한 상황을 물어봐도 불쾌해 하고 사생활 침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연배(年輩)에 따른 차이보다는 사람의 차이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환경과 집안에서 자라났는지가 사람의 됨됨이와 품성을 만드는데, 세상을 탓하고 세월을 탓하지만 이런 것은 허구라는 사회구조의 책임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간섭이라 받아들이지 말고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의 마음으로 사랑을 품은 사랑의 간섭인 관심인 베풀어 주자. 이웃사랑의 실천은 간섭이 아니라 작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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