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논설위원 /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정복(논설위원 /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우리 인간은 부모님의 품에서 태어나 이런저런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과 숙명처럼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한다.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자연스럽게 특별한 관계가 맺어지는데, 개인의 능력 여하에 따라 장래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가치 범위의 관계도 형성된다. 이러한 관계는 대개 거대한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상호 혜택을 주고받는 공생관계로 진전된다. 사람은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스승이나 친구 같은 위인이 한두 명 있게 마련이고 그 분들 과의 관계는 평생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오로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에만 의존해 성공하거나 목표를 이룬 경우는 거의 없다. 하나를 잘한다고 해서 모두를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또 운도 따라야 한다. 그중에서도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오직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만 새로운 변화와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힘들고 어려울 때 자신에게 힘이 돼줄 가까운 사람을 떠올린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고향에 가면 힘을 얻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개인이든 국가든 성공의 필수요건 중 하나는 당연히 사람과 사람 관계에 의한 인맥이다. 인맥은 절대 한 방향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인맥관계의 기저형성은 수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적으로 지방정부에서는 중앙정부의 인맥을 매우 중요시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맥은 주로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다. 같은 동향출신 인사가 정부요처에 많이 포진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두터운 인맥은 정부로 부터 각종 지원이나 혜택을 받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인간관계를 자원화 하여 끊임없이 운용하고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인맥 활용이다.
 우리는 흔히 후진적 관계의 전형으로 학연, 지연, 혈연을 거론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인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처럼 고정화되고 견고한 공동체 성격을 형성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사회 전반에서 이처럼 강렬한 동지적 유대감으로 뭉친 조직은 많지 않다. 특히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선거에 이기기 위해 각종 인맥을 총동원 하는데, 그 어떤 조직보다도 확실한 결속을 바탕으로 힘을 발휘 하는 것은 역시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인맥조직이다.
 요즈음 모 기업 회장이 인맥을 활용, 정.재계를 망라해 무차별적으로 로비활동을 벌인 정황이 언론에 포착되었다. 자신의 입신출세 방편으로 인맥을 활용한, 일탈된 욕망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도 이렇게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인맥이 활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인맥관계의 효용성을 보다 극대화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건전한 관계 정립과 인맥 본질에 대한 통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맥의 본질을 오독하고 시류에 휩쓸려 불건전한 관계로 변질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공동체적 가치를 공유하고 기본에 충실한 관계 정립이 중요하다.
 변화와 발전의 폭이 무궁한 현실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판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단지 경험에 의지해 초보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전부다.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시대의 변화는 눈부시다. 또 급격한 정보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관계분화의 계기가 되었다. 분화된 인간관계는 일방적 단방향에서 상호 의존하는 쌍방향 소통으로 진화하고 있다.
 21세기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디지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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