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오늘 자동차보험 사인 받으러 조카 미영이가 왔다

수박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중

조카의 눈 밑 다크써클이 눈에 들어온다

내 시선을 의식했던가

생리통이 심하다며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웃는다

그래 몇 살이냐고 했더니 마흔 아홉이라며

몇 살에 생리가 끊어졌느냐고 되묻는다 내가 쉰 몇 살 때였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걸 거란다

놀라서 쳐다보았더니 대개 엄마를 닮는데 엄마가 안 계시니 이모를 닮는 거라나

순간 정수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했다

조카에게 그런 존재였던 걸 모르고 살아왔다고

죽은 언니가 한 대 친 거다 이건

아니다

내 양심의 나에 대한 한방망이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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