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한 청주의 알라딘 중고서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신의 헌 책을 판매하고 새 책을 구입하는 이들도 많았다. 손님을 손에 꼽을 정도인 동네 서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최저가는 6000원.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할 경우 10%가 할인된 1만2600원을 내야하며, 일반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할 경우 고스란히 정가인 1만4000원을 내야 한다. 차액이 무려 8000원. 상황이 이 정도니 소비자들의 눈이 중고서점으로 쏠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실패가 예고됐던 이 정책은 역시나 출판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들이 책을 사려 하지 않고 사더라도 중고책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서점 예스24는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 후 6개월간 도서 판매권수가 시행 전에 비해 약 17.6% 감소했으며 도서 매출액은 5.3%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구간 판매권수가 30.9%로 크게 줄어 구간 할인폭을 제한한 도서정가제가 판매에 악영향을 미침을 보여줬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 품목인 중고도서 판매는 오히려 늘고 있다. 청주 향정동에 본사를 둔 한 아동 중고도서 판매 전문 매장은 최근 세종시와 대전시에도 지점을 내는 등 9개 매장을 운영하며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유아·아동용 도서는 신간 보다는 검증된 스테디셀러를 고르는 경향이 많다 보니 중고라는 점은 크게 흠이 되지 않는다.
중고서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기존 헌책방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알라딘처럼 고급스럽고 깨끗한 분위기의 대형 중고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청주의 헌책방은 보문서점 등 중앙시장 인근의 3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무너져가는 동네서점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도서정가제는 대형 중고서점에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형 중고서점은 이미 골목 서점 상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도서정가제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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