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립대 카키키란씨 "전력기술 배워 조국에 보탬 될 것"

(동양일보) "조국이 엄청난 재앙 앞에 시름하는 데,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있나요. 하루빨리 공부를 마치고 조국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네팔 출신의 충북도립대 유학생인 카키키란(22)씨는 조국이 맞닥뜨린 끔찍한 재앙을 잠시 뒤로한 채 다시 책을 잡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향의 대지진 소식을 듣고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웠다는 그는 가족의 안전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대학과 학생회 측의 도움으로 300만원이나 되는 큰돈을 고통 속에서 생활하는 가족에게 보낸 것도 그가 웃음을 되찾는 데 큰 힘이 됐다.

그의 고향은 이번 대지진의 진원지로 알려진 고르카 지역이다.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아버지와 조카가 다쳤지만, 다행히 다른 가족은 집에 없어 화를 면했다.

4년 전 우리나라 선교사의 도움으로 지리산고등학교(대안학교)에 입학했던 그는 지난해 충북도립대 전기에너지시스템과에 입학해 이 대학의 유일한 외국인 유학생이 됐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막노동과 김치공장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학비를 벌어야 하는 고된 일과지만,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벌레'로 통한다.

틈틈이 한국어를 익히면서 학과 공부에 열중한 결과 지난해는 두 학기 평점 모두 B 학점을 받았다.

가난한 농가의 여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일찌감치 히말라야 등산을 안내하는 셰르파로 일하면서 공부를 했다.

40㎏가 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안나푸르나와 마나슬루의 해발 5천500m 지점을 수십 차례 왕복했다.

당시 다져진 용기와 체력은 그가 낯선 이국땅에서 홀로서기를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그는 내년 2월 졸업하면 한국의 전기 관련 업체에 취직해 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그런 뒤에는 네팔로 돌아가 조국의 경제발전을 돕겠다는 각오다.

황인호 지도 교수는 "카키키란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낙천적이고 적극적인 학생"이라며 "언어장벽을 극복하고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할 만큼 의지도 강하다"고 칭찬했다.

대학 측은 그가 면학에 집중하도록 2학기 등록금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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