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삼

시간의 등줄기에 뜸을 놓는다

꽃 수천 송이 여름의 몸통에 사지에

맥을 짚어 장미 뜸을 뜬다

6월이 신음하고 있다

 

곳곳에 부황단지를 붙인다

생존의 빛, 투명 유리 속에서 소릴 지른다

연기도 없이 타는 시간의 눈

 

그 옆으로

무릎을 꺽어 쑥뜸을 뜨는

오래된 내 얼굴 액자 속에 갇힌다

굳어지는 살점마다 불쏘시개 단단히 박던 낯익은 노인

뜸 뜬 자리 덧나야 낫는다고 피고름 섞던 살점 위로

점점이 박힌 생의 흔적 관이 지운다

 

물은 서 있는 이의 속내로 차 오르고

광란의 불길 멈출 수 없는 피돌기

시간의 허기를 빨아내는가

6월이 덧나고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