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적법인 설립 자금 입금 시기 지나

충북경자청 “투자 의지 변함없다” 공언만 되풀이
이란 경제 제재 해제 낙관하기 어려워 차질 우려

(동양일보 김동진기자) 충북도경제자유구역청이 오송에 신약개발연구소 설립을 위해 이란으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고 발표했으나 당초 약속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투자 유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충북경자청은 지난 4월 27일 이란 정부 전통의학 컨소시엄과 미국기업 시그마 알드리치가 공동으로 설립하는 세계 최고의 바이오연구기관 오송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충북경자청은 오송에 유치되는 ‘전통의학공동연구소’는 세계 1위 바이오연구기관인 미국 시그마 알드리치 바이오기술과 이란 복지부 지원기관인 오리엔탈 메디신 컨소시엄 자본의 합작으로 설립된다고 설명했다.
충북경자청은 이를 위해 지난 달 말까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키로 하고 법인 설립 자금 200만달러가 이란으로부터 입금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자본 투자와 관련해 미국 시그마 알드리치사는 직접적인 재정 투자가 아닌 판매를 전담하는 것으로 확인돼 충북경자청이 이를 해명하는 등 투자 유치 초기부터 혼선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공언했던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자금이 지난달 말까지 이란으로부터 입금되지 않으면서 이란의 2조원 투자 유치 현실화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경자청은 이에 대해 미국이 핵협상 대상인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지 않는 바람에 이란이 약속했던 법인 설립 자금 입금을 위한 금융계좌 개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김용국 충부경자청 본부장은 1일 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오송 투자에 대한 이란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당초 이란 측과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금을 5월 말까지 입금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미국의 경제 제재가 곧 풀릴 것이라고 예상한 이란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특수목적 법인 설립에 이어 오는 10월 1일까지 900만달러를 투입, 오송 신약개발지원센터에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경제 제재 해제 이후에나 가능하다.
특수목적법인 설립 등 이란의 투자 유치 일정이 지연되면서 오는 3일 예정됐던 호세인 아야티 투바전통의학기업 대표의 충북 방문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처럼 이란의 투자 계획이 당초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이란의 2조원 투자 유치 자체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형적으론 미국의 경제 제재 탓이라고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경제 제재가 언제 풀릴 지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그 때까지 이란의 투자 유치 약속이 유효할 수 있다고 담보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대형 투자유치 과정에서 충북도나 충북경자청이 이란과 핫라인을 개설하지 못한 채 제3자를 통해 소통하면서 투자유치 계획에 대한 세세한 사항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충북경자청은 마모우드 코다두스투 이란 복지부 차관이나 호세인 대표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질적 투자 일정인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금 입금이 어렵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적이 없다.
투바 전통의학기업은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권한을 위임한 시그마알드리치·가천대학교 공동재생연구소 이봉희 소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받았을 뿐이다.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실무협의회에도 이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은 채 이 소장이 대신 참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언제 해제되느냐다.
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은 이달 말 최종 협상을 앞두고 향후 이란이 핵협상을 위반할 경우 경제제재를 부활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같은 6개국의 요구를 이란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최종 협상은 결렬이 불가피,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역시 언제 해제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충북경자청은 ‘실체없는 확신’만 거듭 주장하고 있다.
충북경자청은 현실적인 외교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가 원만히 타결될 것으로 전망하는 데다 이에 따라 이란의 투자 유치 약속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이와 달리 충북경자청 안팎에선 이란의 경제 제재 해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의 투자 유치 일정을 섣불리 공개한 데다 투자 일정 지연에 대해서는 경제 제재 탓만 하는 충북경자청의 해명만으로는 이란의 2조원 투자 유치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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