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을 비롯한 대부분 시·도교육청은 정부가 없는 살림에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고 있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떠 넘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누리과정 등 주요 교육 서비스를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고, 교육청별 편성 결과를 공개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 기준에서 학생 수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행 교부금 배분은 학교 수 50%, 학급 수 14%, 학생 수 36%를 원칙으로 예산을 편성해 일선 시·도교육청에 지원하고 있는 것을 ‘학교 수’ 비중은 낮추는 대신 ‘학생 수’ 비중을 최대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문제는 학생 수 기준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학생이 가장 많은 경기지역은 크게 혜택을 보는 반면 충북처럼 소규모 학교가 많은 시도는 교부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충청권에서도 대전과 세종보다 소규모 학교가 많은 충남·북은 더 불리해 진다. 많게는 300억원 내외의 재원이 축소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충남과 충북의 2013년 기준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 비율은 전체 학교의 4분의 1정도다. 충북이 114곳으로 전체 학교의 23.7%를 차지하고 충남 184곳(25.4%), 대전 6곳(2.0%), 세종 4곳(10.3%) 등이다.
지난 5년 동안 충남은 18개교, 충북은 15개교가 통폐합됐다.
농산어촌이 밀집된 지역의 학교 통폐합은 시 지역보다 16배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충남과 충북에는 운영비 감당이 힘들어 오히려 재정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지원해야 할 학교가 적지 않다.
정부의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지역교육 현장에 부작용이 우려된다. 학생 수 비중을 최대 50%까지 상향하면 학교 통폐합으로 갈 수밖에 없다.
누리과정의 경우 시도교육청이 빚내는 것을 정부가 보증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여기서 발생한 부채는 교육청이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이다.
교육청은 정작 필요한 곳에 쓸 돈이 모자라게 된다. 현재 무상급식 분담액을 놓고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다투는 이유도 다 돈이 부족해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을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하는 돈이다.
충북도교육청의 경우 2015년 예산의 78%가 교부금이다. 전체 예산 2조400억원 중 1조5990억원에 해당된다.
이처럼 도교육청의 한해 예산 중 교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학생 수 비율 상향 조정은 지방교육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통해 운영비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교통폐합 여부 등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경제논리로만 밀어붙일 수 없는 문제다. 더욱이 학생들의 교육 출발선이 단지 도시냐 농촌이냐에 따라서 차별이 생기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 기준 변경을 중단하고, 누리과정 등 관련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편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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