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진(충북테크노파크 차세대반도체센터장)

윤병진(충북테크노파크 차세대반도체센터장)

 K-Pop 열풍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뛰어난 외모와 화려한 춤으로 무장한 아이돌 스타들. 그들의 현란한 의상과 분장, 춤추는 모습에서는 활기가 넘치고, 숨조차 멎게 만드는 칼군무에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미술과 춤 속에 목소리를 얹어 극한의 절정으로 이끈다. 정말 근사하다. 그 모습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한다.

 그러나 뭔가 마음을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인기의 요인은 다양하지만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인 가창력이 때로는 외모나 춤 실력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을 경험할 때이다. 다시 말해 가수는 가창력을 기본으로 갖추고 관객들의 흥을 돋기 위한 퍼포먼스를 발산해야 하는데, 최근의 몇몇 아이돌 가수들은 그저 인기에 연연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가수의 본질’을 망각하고 춤사위를 우선순위에 둔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두고두고 음미하는 명곡보다는 한 때 즐기고 사장되어 버리는 일회용 제품같이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갈증을 풀어주는 것이 바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다. 출연한 가수들은 오직 목소리 하나에 승부를 건다. 의상, 춤, 그 무엇도 노래 앞에서는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가수들은 열정과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 마치 생의 전부를 건 사람들처럼. 아름답다. 관객들은 거기에 박수를 보내고 점수를 준다.

 본연의 자세, 다른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원래의 목적과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가수들이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본질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각광을 받을 수도 없다.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은 가수가 무대 위에서 감정, 인생철학을 노래에 실어 전력투구하는 투수처럼 온힘을 다해 표출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가수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게 한 장치도 훌륭하다.

 원래의 목적, 본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 수 있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산업기술에도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이 ‘장인정신’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 부울 수 있는 그런 무대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그 동안 명분과 양적 성과에 치우쳐 기술의 질적 성취에 소홀했었다면 이제라도 기술 개발 본연의 목표인 핵심 기술, 원천 기술 개발에 승부를 거는 그런 R&D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부 과제와 같은 자양분을 공급하여 거대한 나무로 키워보자는 것이다.

 가끔 좋은 제품보다 좋아 보이는 제품이 더 잘 팔리는 경우를 보지만 결국은 좋은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멋진 디자인과 정교한 마케팅에 앞서 제품의 품질이라는 기본에 충실할 때 결국은 시장에서 승리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많은 제품들이 K-Pop 못지않은 사랑을 받으며 세계를 누비고 있음이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하다. 이것은 지난 수십 년 간 기술보국의 기치 아래 기술 강국의 토대를 만들고 온몸을 바쳐 기술 개발에 매진한 기술자들이 이룩한 위대한 결과이다.

 기술 경쟁, 이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멀리 달아나려는 선진국들과 턱밑까지 숨 가쁘게 추격해오는 신흥국들과의 틈새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방편은 오로지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기술만이 해답일 것이다. 일에 매달려 곁눈질하지 않고 열정을 다하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 있는 사회,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대우받으며 활개 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바람직한 미래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피를 토하듯 자신을 무대에 던지는 가수를 본다. 또한 지금도 아쉽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의 미래 산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역군들을 본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는 눈을 감고 음미하듯 천천히 중얼거려 본다. ‘나도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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