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365일 1년 내내 불야성을 이룬다는 나이트클럽도 유일하게 문을 닫는 날이 있다.

바로 6월 6일 현충일이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은 올해로 60회째를 맞는다.

잘 알다시피 현충일은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날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로 인해 우린 우리의 나라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 날 만큼은 아니 사이렌이 울리는 단 1분만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일어나는 사회현상들은 과연 정상적인 국가관과 성숙된 국민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아직도 6.25가 북침이라거나 연평해전을 남한과 북한 해군의 힘겨루기쯤으로, 천안함 피격사건을 좌초 또는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가 하면 종북단체의 행사에선 여전히 애국가를 제창하지 않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대가가 고작 이러한 것들이라면 앞으로 어느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칠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현충일을 단지 공휴일이나 TV에서 전쟁영화를 많이 방영하는 날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월드컵 때만 부르짖는 ‘대한민국’과 ‘태극기’를 단지 응원가나 응원도구쯤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특히, 현충일 아침 듬성듬성 게양된 조기를 볼 때면 실종된 국가관과 애국심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국기하강식 때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주인공들이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국기배례를 하는 장면이 있다. 어릴 적 하늘이 붉게 물들 무렵인 오후 5시가 되면 어김없이 애국가가 흘러나왔고 지나던 사람들과 차량들이 멈춰 충의선향탑을 향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생각 없이 놀기 바빴던 국민(초등)학생에게도 늘 하루에 한번쯤은 나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생각했었다.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던 국기하강식이 일제시대 궁성요배와 군부독재시절을 연상케 한다며 1989년 1월 전격 폐지된 후 공기의 소중함을 못 느끼듯 우린 국가의 미래나 고마움에 대해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하듯 애국에도 일정한 형식이 필요하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하늘과 땅, 바다에서 산화한 호국영령과 지금 이 시간에도 조국 수호를 위해 피땀 흘리고 있는 국군장병들을 위해서라도 하루에 한번쯤은 가슴속의 사이렌을 울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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