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회장의 재산 놓고 벌이는 비서·간병인 은밀한 로맨스

 

(동양일보)마카오에서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던 지연(임수정)은 카지노 재벌 회장(이경영)의 간병인으로 일하려 면접 자리에 나갔다가 비서 성열(유연석)을 만난다.

성열은 지연에게 건강이 좋지 않은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하고 재산을 상속받으면 절반으로 나눠갖자는 제안을 하고 지연은 이를 받아들인다.

예상대로 진행되는 듯했던 계획은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전환을 맞는다.

‘은밀한 유혹’은 프랑스 작가 카트린 아르레의 소설 ‘지푸라기 여자’를 한국식으로 각색한 영화다.

여주인공이 나이 많은 자산가를 유혹하고 젊은 비서와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는 전반부의 멜로 드라마는 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범죄 미스터리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평범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인물들의 묘한 심리와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심리극으로 비틀어 전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변화하는 인물들을 연기한 세 배우도 좋은 연기를 펼친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썩 탄탄하지 못하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인물이나 멜로에서 출발해 미스터리 스릴러로 치닫는 구성, 반전을 비롯한 극적인 요소는 요즘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부분들이다. 줄거리가 평범한 만큼 관객에게 설득력을 얻으려면 더욱 정교한 연출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화는 이야기의 큰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 여러 에피소드를 배치하고 분위기 전환을 위한 돌출 상황을 설치해놓으면서 이를 유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엮어내는 부분에서 삐걱거린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인물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담는 것이 관건이지만 비장한 음악과 어색한 시각·음향효과가 이야기를 앞질러가는 바람에 도리어 인물들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세븐 데이즈’ 각본과 ‘시크릿’ 각본·연출을 맡은 윤재구 감독의 신작이다.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과.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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