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으로 끝내 폐업을 앞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환자 보호자들이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며 노조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시의 안내로 전원(轉院)을 마친 환자 보호자 대표 3명은 3일 다른 10여명의 보호자들이 서명한 ‘노인전문병원의 조속한 정상화 건의서’를 들고 청주시청을 방문했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중증 환자들을 방패 삼아 시민을 우롱하는 모습에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노조원들이) 내 부모에게 위해를 가할까 봐 이제까지 참아 왔다”며 “비노조원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병원을 폐쇄로 몰고 가는 노조를 없애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들은 "입원비를 더 내라고 했던지, 아니면 입원 환경에 변화가 있었다면 병원장을 비난했을 텐데 그것은 아니지 않으냐. 노조가 개입하면서 병원이 파탄 난 것"이라며 "진작 보호자들의 목소리를 표출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의 울분섞인 항의는 노조가 그동안 자신들의 요구에 환자와 보호자들도 동조한다던 주장이 자신들의 투쟁 합리화를 명분으로 한 거짓에 불과했음을 증언하는 대목이다.
청주노인전문병원 위탁 운영자인 한수환 원장은 경영난 심화와 의료인력 공백 등을 이유로 오는 6일 병원 문을 닫는다.
청주시는 이에 따라 입원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 3일 현재 남은 환자는 5명에 불과하며 이들도 5일까지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다.
노조의 요구와 투쟁 방식을 합리적 상식 이상의 시선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이번 노인병원 폐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이들 환자 대부분 중증의 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 치료와 투약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병원 자금을 가압류함으로써 최소한의 정상적인 진료조차 못하도록 한 행태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렵다.
결국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이기주의적 요구와 권익만을 지키기 위한 노조의 투쟁이 병원 폐업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조가 자신들의 후생복지나 근무조건 등에 대해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과연 환자와 보호자들의 권익과 건강을 얼마나 생각하고 염려했는지 묻고 싶다.
또 그들의 요구가 진정 환자들의 권익을 위한 공익적 투쟁이었다고 인정하고 지지하는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상황이 이런 데도 노조는 끝까지 투쟁한다는 자신들의 일방적 입장만을 되풀이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 노인병원의 운영 주체를 자임한다면 이번 병원의 폐업과 진료 차질에 대해서도 명백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주체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책임은 사측과 청주시에 떠넘기려 하는가.
노조의 이같은 일방적이고 이기주의적 투쟁과 요구가 지속되는 한 새로운 수탁자로 선정된 의료기관 역시 수탁 권한을 포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안정된 진료 환경 속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수많은 중증 노인환자들의 권익과 생명을 침해하는 사회적·윤리적 죄악이라는 점을 지금이라도 직시, 대승적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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