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패밀리' 구축…브라질 등 중남미 축구계에 막강 영향력

(동양일보)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스캔들과 관련해 주앙 아벨란제(99·브라질) 전 FIFA 회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

수영 선수 출신인 아벨란제는 1956∼1974년 브라질축구협회 회장으로 활동한 데 이어 1974년부터 1998년까지 24년간 FIFA 회장을 역임했다.

아벨란제는 브라질축구협회장과 FIFA 회장을 지내는 동안 축구계 주요 인사의 후견인을 자처하거나 그들과 인척관계를 맺으면서 이른바 '패밀리'를 형성했다.

지난달 29일 FIFA 회장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하고 나서 1주일도 안 돼 사임 의사를 밝힌 제프 블라터(79)는 과거 아벨란제의 최측근이었다.

아벨란제가 FIFA 회장을 지낸 24년간 블라터는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그를 충실히 보좌했다. 이런 인연으로 블라터는 일찌감치 아벨란제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으며, 1998년에는 마침내 FIFA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블라터는 아벨란제의 두터운 신임을 배경으로 2002년 재선에 성공하고 나서 임기를 1년 연장했다. 이후 블라터는 2007년에 3선, 2011년에 4선에 성공했다.

블라터가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데는 아벨란제로부터 배운 조직운영 방식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터는 FIFA의 불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의 세를 넓혔다. FIFA의 천문학적인 수익금 가운데 일부를 회원국 축구협회에 '축구발전 보조금' 형태로 나눠줬고, 지지세력 중 일부가 이를 착복했으나 모른 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블라터는 남미축구연맹(CONMEBOL)과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아시아축구연맹(AFC) 등에 견고한 지지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축구 전문가들은 "블라터는 유럽인(스위스)이지만, 지지 기반을 쌓으려고 변방에 공을 들였다"고 말한다. 2010년과 2014년 월드컵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에서 열렸고,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카타르로 결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 히카르두 테이셰이라 전 브라질축구협회장


브라질 축구계에도 '아벨란제 패밀리'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때 아벨란제와 장인-사위 관계였던 히카르두 테이셰이라는 1989∼2012년 브라질축구협회장을 지냈다. 테이셰이라 체제에서 2006∼2012년 부회장으로 활동한 주제 마리아 마린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회장을 지냈고, 올해 4월에는 테이셰이라와 마린의 지지를 받은 마르쿠 폴루 델 네루가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테이셰이라와 마린, 델 네루가 나란히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아벨란제를 정점으로 하는 '삼바 축구 마피아'도 위기를 맞았다.

축구 전문가들은 FIFA 비리에 대한 수사가 17년간 계속된 블라터 회장 체제의 와해를 넘어 '아벨란제 패밀리'의 몰락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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