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염려"…의원 "선의의 피해자로 억울"

지역주민들 "병의원들 방역에 최선 다하겠지만 당분간 꺼리게 될 것"

경기교육청 비공개 유지 "불안 조장 우려…필요성 제기되면 밝힐 것"

 

(동양일보)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 발생·경유(방문) 병의원을 발표한 7일 휴일임에도 경기지역 해당 병의원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는 등 파장이 작지 않았다.

대형병원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서도 파급 효과를 우려했고 소형 병의원들은 '선의의 피해자'로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자체들은 오해를 살 수 있는 발표 내용을 해명하는 등 주민 불안감 해소에 주력했고 도교육청은 학교명 비공개 방침을 유지했다.

확진자 10명이 거쳐 간 것으로 알려진 평택굿모닝병원 관계자는 "지역사회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사실을 거의 알고 있었고 상당수 의료진을 격리한 상태라 위급환자 외에는 입원환자를 받지 않아 이번 병원명 공개로 특별한 충격은 없다"고 담담해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 발표로 우리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이 본인들도 문제가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염려하고 "병원 자체적으로 철저히 대비해 현재 의료진 등의 감염은 없고 징후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정보가 지역민들에게 알려졌으면 한다"고 했다.

전체 직원 550명 가운데 100여명을 자가격리한 평택굿모닝병원은 지난 1일부터 출입구마다 병원장 명의의 안내문을 붙여 이 같은 사실을 알려왔다.

평택굿모닝병원 주변에서 만난 한 주민은 "병원명이 공개된 평택지역 6개 병원이 나름대로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당분간 해당 병원들을 꺼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출국한) 확진자가 지난달 22일과 25일 응급실(외래진료)을 통해 거쳐 간 오산한국병원도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입원 환자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했다.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의심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던 환자와 접촉했거나 접촉 우려가 있는 의료진과 직원 10명을 자가격리 조치했고 이중 4명은 지난 5일 자정께 음성 판정이 나와 격리조치를 해제했고 나머지 6명도 8일 자정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나 지금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수습에 애를 썼다.

앞서 오산한국병원은 지난 3일부터 발열이 의심되는 외래환자와 방문객을 대상으로 '외래격리진료실'을 운영하면서 감염 위험 노출을 차단하고 있다.

350병상에 의사 56명, 간호사 125명을 보유한 오산한국병원은 메르스 여파로 입원환자가 300여명에서 200여명으로 줄었다.

사망자가 입원했거나 확진자가 거쳐 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과 수원 성빈센트병원도 큰 동요를 보이지 않은 채 추이를 주시했다. 이들 병원에서도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대형병원과 달리 병의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내과의원인 평택푸른의원 측은 "환자가 거쳐 간 지 보름이 지났는데 병원이름을 공개하는 이유는 뭐냐"고 억울해했다.

평택푸른의원 김모 원장은 "당뇨를 앓는 50대 남성환자가 지난달 23일 몸살증상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갔고 지난 4일 이 남성이 확진자로 됐다"며 "이 환자가 병원에 머문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지난 4일 질병관리본부의 통보를 받자마자 병원 문을 닫았다"며 "메르스 잠복기 14일이 지난 마당에 병원명을 발표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평택푸른의원 외에 다른 상당수 의원은 일요일로 환자를 받지 않았지만 8일 문을 열어도 손님이 찾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지자체도 적극적 대처에 나선 가운데 곽상욱 오산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산시 관내에는 메르스 확진자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곽 시장은 "오산한국병원에서는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가 단순 발열증상으로 2회에 걸쳐 외래진료한 사실이 있고 이후 실시한 병원 의료진 등 접촉자에 대한 검사에서 확진 판정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병원에서 같은 시간대에 진료받은 모든 분을 추적 관리하고 있으나 아직 아무 증상이 없는 상태"라며 "지역 내 자가격리자 중에도 감염 확진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군포시는 성모가정의학과의원(외래)의 소재지가 군포라고 적시한 것은 잘못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군포시보건소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에 있는 이 병원을 군포라고 발표해 시민의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이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의 소재지를 서울 성동구로 정정했다.

정부의 병의원 발표에도 경기도교육청은 "불안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지금으로서는 (메르스 관련) 학교명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공개 방침을 유지했다.

조대현 도교육청 대변인은 "학교명 공개로 혹시라도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학교이름을 공개하는 것만이 메르스 확산을 막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나 "학교 이름이나 지역을 공개해야만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면 언제든지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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