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도 1명 포함…3명은 암 치료 경험 -유일한 50대 사망자도 천식 앓고 스테로이드 복용

(동양일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는 8일 현재 6명으로 지금까지 치명률이 7% 수준이다.

이날까지 차례로 25번(여·57), 6번(여·71), 3번(여·76), 36번(여·82), 64번(여·75), 84번(여·80)이 메르스에 감염된 후 숨졌다.

국내 사망자는 50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70대 이상 고령이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 중 2명은 80대의 고령이다.

사망자 중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 50대도 천식이 있었고, 관절염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면역기능이 떨어져 메르스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암, 만성콩팥병,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던 사망자도 3명이다.

정부와 의료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3번과 64번 환자는 각각 담관암과 위암을 앓았으며, 6번 환자는 2011년에 신장암으로 한쪽 신장을 적출한 상태였다.

36번과 84번 환자는 고령에 각각 세균성 폐렴과 흡인성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36번은 평소 천식을 앓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뇨, 신부전, 만성폐질환, 면역저하 환자를 메르스 감염의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바이러스는 폐와 콩팥을 공격하기 때문에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과 만성 신장병 환자는 더욱 취약할 수 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이 해외의 메르스 환자 101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로는 암과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메르스 환자의 사망률은 44.3%로, 건강한 환자의 10.7%보다 4배 이상 높았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메르스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와 마찬가지로 폐에 침범하며, 사스와는 다르게 신장 기능을 망가뜨리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번째 사망환자는 71세의 고령에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가진 데다 2011년에 신장암으로 한쪽 신장을 적출한 상태였다. 고위험 요인을 복합적으로 갖춘 셈이다.

암환자의 경우 전반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메르스 감염에 취약하고 사망위험이 높아진다.

김 이사장은 "암이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등도 면역이 떨어질 수 있고, 항암제나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 그리고 종종 쓰는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도 면역저하 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권위자인 타리크 아흐메드 마다니 킹압둘아지즈대 교수는 8일 "(당뇨, 신부전, 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치사율이 40~50%로 높지만 건강한 환자는 치사율이 8%에 그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사망자들도 모두 고령에 만성질환자란 특징을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건강한 일반인들이 지나치게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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