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뒤 시장실 항의방문…이 시장 “본의 이해해 달라”
새정연 “시·새누리당 따라 대응”…시의회 파행 장기화 우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새누리당 소속 이승훈 청주시장이 같은당 시의원들에게 보낸 야당 의원 비하 문자메시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8일자 2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의원들은 8일 오후 2시 청주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성명을 내고 “시의원을 ‘무식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시의원을 선출한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 시장은 시급하지도 않은 새 CI(상징마크)로 청주시의회를 분열시키고 야당의원들을 모욕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데 대해 즉각 85만 청주시민에게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문자메시지 사건은 그동안 이 시장이 야당의원들을 얼마나 우습게 알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거듭 이 시장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청주시 발전을 위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올바른 시정을 펼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시장실 항의방문에 나섰다.
같은 시간 이 시장이 ‘6월 시민표창의 날’ 행사 참석으로 자리를 비우자 의원들은 비서실에서 대기하며 이 시장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은 1시간 여 뒤 집무실로 돌아온 이 시장에게 성명서를 전달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대형사고를 치고도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우리를 무시하는거냐”, “우리가 무식한거냐”고 거칠게 따졌다.
이 시장은 “무시하면 CI 조례 사용을 보류했겠느냐”며 “본의를 이해해 달라”고 말하면서 비공개 대화를 요청했으나 새정연 의원들은 성명서 전달 후 그대로 돌아 나와 실제 대화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들은 앞서 이날 오전 새정연 충북도당에서 시의원 17명이 전원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이 시장에 대한 공개 사과 요구 등 대응책을 논의했다.
새정연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등원거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시와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고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해 앞으로 시의회 파행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6일 새누리당 시의원 21명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새 CI 사용 보류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문자메시지에 야당 의원 실명과 함께 “시의원이 무식하게 법상 불가능한 것도 모른다”고 하는 등 일부 폄훼 내용이 담겨 새정연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 시장이 같은 당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가 밖으로 유출돼 공개되자 새누리당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주시의회는 지난달 22일 8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 21명의 단독 표결로 기존 CI를 새 CI로 대체하는 내용의 청주시 상징물 등 관리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새정연 시의원들은 이에 반발, 의원 연수 보이콧과 시의회 보직을 사퇴하며 여야 갈등 상황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