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실화 다뤄… “실종자 부모를 바라보는 형사의 마음 말하고 싶어”

 

1978년 부산 재력가 집안의 어린 딸이 납치되고 부모의 요청으로 관할서 밖의 형사 공길용(김윤석)이 투입된다.

아이 엄마는 점집을 전전하다가 아이가 살아있다고 유일하게 말한 도사 김중산(유해진)의 말을 공 형사에게 전하고 둘은 기묘한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극비수사’는 형사와 도사라는 두 실존인물이 겪은 실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은 ‘친구2’ 대본 작업 중 취재를 위해 만난 공 형사로부터 신문 보도 이면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를 열두 번째 연출작으로 삼았다.

영화는 시작부터 실화를 재구성했음을 문자로 관객에게 알리며 마무리도 두 실존 인물의 실제 사진과 내레이션으로 짓는다.

곽 감독은 8일 왕십리 CGV에서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알려진 실화라 상업영화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건 자체가 아니라고 주변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도달하는 메시지는 이 사건의 개요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사건과 인물들이 궁금해질 수는 있으나, 감독이 관객에게 궁극적으로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인정(人情)과 인정(認定), 두 가지 ‘인정’에 관한 이야기다.

형사 공길용은 새끼를 잃을 위기에 처한 어미의 눈빛을 보고 휘말리지 않아도 될 사건에 자진해 뛰어든다. 두 눈이 맞부딪힌 이후 관객은 “주인공이 대체 왜?”라는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된다. 주인공을 움직인 힘은 바로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정’이란 ‘정의’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람 냄새이자 곽경택 감독 특유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는 점은 러닝타임을 한참 남겨두고 이야기의 맥이 사건 후 처리 양상으로 넘어간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영화 후반부는 공을 세우고도 인정받지 못한 인물들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축약해 보여준다. 이를 ‘진정 인정받는 것이 무엇이냐’는 반문으로 부드럽게 마무리해 나가는 곽 감독의 화법은 예나 지금이나 조직과 사회의 습성에는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는 의문을 품고 사는 요즘 관객에게도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곽 감독은 “영화의 뒷부분이 ‘뚱뚱하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며 “그러나 아이를 살리려 30년 전 열심히 뛰고도 그 공을 가슴 깊이 숨겨둔 두 분의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끝까지 유지했다”고 소개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과 보여주는 부분에서 모두 곽경택 감독의 연출력은 노련하다.

1970년대를 단숨에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을 비롯해 한국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 장면들로 그동안 국내 관객이 목말랐을 ‘정말 한국영화 같은 한국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상당 부분 채워질 듯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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