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수(편집국 부장 / 대전지역 담당)

정래수(편집국 부장 / 대전지역 담당)

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23명 가운데 6명이 대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지금까지 확인된 메르스 환자 87명 가운데 14명이 이들 병원에서 감염됐다. 더욱이 메르스 사태 초기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 감염자가 갈수록 줄고 있는 반면, 대청과 건양대병원 감염자는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환자·보호자 등 533명이 격리됐다. 대청과 건양대병원이 대전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인 것이다.
대청과 건양대병원은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을 갖춰 대전 인근에서 환자가 몰리는 지역 종합병원이다. 그런 병원에서 전염병이 확산된 것 자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박창일 건양대병원 의료원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문진 당시 16번 환자가 문제의 평택성모병원 이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하루 수천명의 다양한 환자를 책임지는 병원의 해명이라고 하기에는 군색하다.
16번째 메르스 환자가 대전에서 처음 찾은 대청병원의 구멍 뚫린 감염관리도 충격적이다.
16번 환자가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대청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달 22일. 이 환자는 고열 등의 증세가 심해졌지만 28일 인근 건양대병원으로 옮기기 전까지 무려 7일간이나 아무런 조치 없이 이 병원을 활보하고 다녔다. 신종감염병에 대한 허술한 대응이 ‘메르스 2차 유행’을 불러온 것이다. 지역 최고 수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병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놀랍고 궁금하다.
이제 와서 이들 병원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지금은 지역전파를 막기 위해 병원 내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은 물론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환자·보호자·의료진의 동선을 면밀히 추적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가 ‘메르스 대전’으로 회자되는 데에는 이들 병원에 대한 대전시민의 눈흘김의 뜻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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