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손님’ 제작보고회

▲ 영화 '손님'의 김광태(가운데) 감독과 출연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차용

한국전쟁 직후 산골마을에 방문한 낯선 남자·그의 아들 마을사람들의 잔혹동화 그려

“한국전쟁 직후는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붕괴하고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했습니다. 이 시절 외딴 마을에 외부사람이 들어왔을 때 어떤 균열이 생길지 판타지로 녹여보고 싶었어요. 판타지로 관객들에게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판타지 호러 영화 ‘손님’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광태 감독은 9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1950년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들어선 낯선 남자와 그의 아들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했던 비밀을 다룬 판타지 호러 영화다. 김 감독은 “‘손’은 날짜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이동하며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는 귀신을 뜻하는 말이었다”며 “민간신앙에서 손은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님’을 붙여 ‘손님’이라고 불렀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런 뜻과 더불어 이번 영화에서 손님은 이방인이자 약자를 뜻한다”며 “이런 손님을 배척하면 그 손님은 원래 뜻인 귀신을 지칭하는 손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제목을 붙였다”고 소개했다.

이번 영화는 김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판타지 호러 장르에 1950년대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택한 이유로 “팩트로 전하는 사실보다 허구로 전하는 진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 ‘손님’의 제목이 토속 민간신앙에서 파생됐다면, 주제와 소재는 독일의 민간 전설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모티브를 차용해 각색했다.

류승룡이 피리부는 절름발이 악사 ‘우룡’역을 연기했다.

류승룡은 “독일의 민간전설에서 모티브만 가져와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고급지고 매력적인 비유와 상징으로 녹여낸 영화”라며 “곳곳에 숨어 있는 비유와 상징은 깜짝 놀랄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성민은 외부로부터 고립된 마을의 절대권력자 촌장역을 맡았다. 배역을 위해 생애 처음으로 수염을 기르고, 12번의 탈색도 감행했다.

천우희가 무당 노릇을 강요받는 선무당 ‘미숙’으로, 이준은 마을의 차기 지배자를 꿈꾸는 ‘남수’로 분했다. 예고편을 보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웰컴 투 동막골’(2005)을, 전체적인 이야기와 연출은 ‘이끼’(2010)를 연상케 한다. 판타지 호러라는 쉽지 않은 장르로 한 편의 잔혹 동화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기대를 모은다. 7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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