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가 결국 구속됐다. 3개월여 후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치러야 하는 괴산지역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여기에 보궐선거를 노리는 후보군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져 이래저래 괴산은 시끄럽게 됐다.

청주지검은 임 군수에 대해 지난 5일 사전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냈다. 혐의는 특가법상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법원은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임 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두달여 앞두고 지역의 한 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물론 임 군수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 임 군수 성격으로 보아 재판과정에서 검찰 측과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검찰이 권력이 있든, 돈이 많든, 아니면 그렇지 않든, 범법자를 처벌하는데 예외를 둬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렇게 형평성 있는 수사를 해야 국민들이 그 결과를 수긍할 수 있어서다.

임 군수도 예외는 아니다. 범법을 했으면 응당 처벌받아야 한다. 그가 군수 재직시 지역을 위해서 무슨 일을 했고, 그 결과 지역이 얼마나 발전했고, 이런 것들은 사족에 불과하다. 범법 앞에 무슨 변명이 필요한가.

다만, 아쉽다면 시기다. 괴산은 오는 9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24일간 2015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치르도록 돼 있다. 이러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군수가 구속됐으니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기농엑스포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 군수는 각 시·도 교육감을 찾아 다니며 홍보하고 학생들의 행사참여 협조를 구했다.

또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국내 7대 종단 대표를 면담해 그동안 서울에서 열리던 종교문화축제를 유기농엑스포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검찰의 기소로 직무정지되면 부군수가 군수권한대행을 해 표면적으로는 군정이 굴러가긴 굴러갈 것이다.

하지만 군수와 군수권한대행은 그 무게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임 군수의 뚝심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유기농엑스포가 입을 타격은 크다. 그래서 주민들은 차라리 행사나 끝난 뒤 사법처리했으면 하는 아쉬움마저 보이고 있다.

검찰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아마 실정법과 정황 사이에서 나름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임 군수 구속에 따른 후폭풍은 쉽게 수그러들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임 군수는 부인하고 있지만, 1억원 수수를 전제로 한다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지사와의 형평성을 지적한다. 주민들은 똑같은 1억원인데 누구는 구속이고 누구는 불구속이냐며 불만을 제기한다.

유영훈 진천군수도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군수직 상실위기에 있다. 유 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때 TV토론회에서 상대인 새누리당 후보가 사채업을 했고, 충북도의원 재직시 진천군 도로 확·포장사업비 삭감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허위사실유포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7일 열린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유 군수는 군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진실규명을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일각에서는 혐의에 비해 형량이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군수직 박탈 위기에 놓인 임 군수와 유 군수 모두 공교롭게도 무소속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라는 거다. 괴산과 진천은 음성·증평과 함께 충북 중부4군 즉, 한 국회의원 선거구다. 지역 일각에선 이들에 대한 강도높은 사법처리 배경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실명까지 거론하며 배후론을 들먹이기까지 한다. 왜 하필이면 한 선거구에서, 그것도 야당과 무소속 군수만 수난을 당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검찰이 밤샘 고생하며 ‘한 건’ 한 것이 주민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오해대상이 된다면 억울할 수도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피하는 게 좋다. 그게 순리다. 수사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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