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익

터벅터벅 걱정을 실어 간다

가만히 앞섶을 틔워 길을 내어 준다

 

부르면 대답도 없이 가만히 있다

다가서는 발소리도 없는 어린 풀꽃 무덤덤하다

 

지친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쉰다

늙은 소나무가 굽은 등으로 그늘을 펼쳐 준다

 

열에 들 뜬 몸, 땀 냄새 지독하다

계곡이 보내주는 바람이 맑다

 

제 몸 성치 않은 자리 많으면서

이리 저리 길을 틔워 준다

 

화사한 그 무엇도 없이 담백한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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