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전설’ 중 일부, 일본 소설 ‘우국’ 베낀 것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16회 무영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이응준(46·사진)씨가 소설가 신경숙(53)씨의 작품을 표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문학 권력의 핵심’인 신씨의 표절 논란으로 문단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씨의 표절 논란은 이씨가 지난 16일 한 온라인 매체에 올린 기고문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으로부터 점화됐다. 1996년 발간된 신씨의 책 ‘오래전 집을 떠날 때’에 수록된 단편소설 ‘전설’의 한 대목(240~241쪽)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소설 ‘우국’(김후란 옮김) 중 한 구절을 그대로 따온 표절이라고 폭로한 것. ‘전설’ 중 이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부분은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로 시작되는 300자 분량의 글이다.

이씨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등의 언어조합은 지극히 시적인 표현으로, 어디에서 우연히 보고 들은 것을 실수로 적어서는 결코 발화될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며 “순수문학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과거에 일었던 신씨를 둘러싼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설 ‘딸기밭’에 재미 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서문을 무단 사용한 것,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소설 ‘작별 인사’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들 속 문장, 모티프, 분위기를 표절한 것 등으로 이와 같은 주장들은 일부 언론과 문학평론가 박철화씨 등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이씨는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를 표절한 저 방식으로 다른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많이 표절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상식적이고도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품을 수 있다”며 “예리한 독서가들 여럿이 작정하고 장기간 들러붙어 신경숙의 모든 소설들을 전수조사해 보면 이와 같은 사례들은 얼마든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경숙은 단순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다. 평론가들로부터 상전처럼 떠받들어지고 동인문학상의 종신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등등의 요인으로 한국문단 최고의 권력이기도 하다”며 “그렇기에 신경숙이 저지른 표절이 한국문학의 애독자들과 하루하루가 풍전등화인 한국문학의 본령에 입힌 상처는 그 어떤 뼈아픈 후회보다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17일 출판사 창비에 보내온 이메일 서신을 통해 미시마 유키오의 해당 작품은 읽은 적도 없다며 표절 의혹을 반박했다.

그는 “(미시마 유키오는) 오래 전 '금각사' 외에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라며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게는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소설을 발간한 출판사 창비 역시 이날 입장을 밝히고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창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따라서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표절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고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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