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햇볕 따가운 여름날

무명 옷자락의 한마리 나비가 되네

날개 저으며 치악산 아랫마을

장다리꽃 가득 핀 들길을 날아가네

뒤따라오는 나비 떼 앞장서 구름처럼 찰랑찰랑

장다리꽃 무밭을 지나 개울물 건너네

개울물 은회색 물고기 몇 마리 돌 틈새 꼬리 흔들어

유혹의 몸짓 보내네

무슨 사랑 같은 것 가슴에 담아두고 한 짓이랴만

그 눈빛 가득 물기 서려

그냥 가기 마음 아파 얼른 죄우로 날개 흔들어

물위에 그림자 던지니

고기떼 저들끼리 화들짝 놀라 웃는 소리

까르륵 물위까지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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