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권 정당하지 않으면 변제책임 없어

(문) 저의 아내(乙)는 평소 허영심이 많아 제가 자제를 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甲)가 회사출장으로 집을 오래 비우는 기간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 때 저의 아내는 안방 깊숙히 두었던 저의 인감도장을 가지고 ‘남편의 사업자금’ 으로 쓴다는 명목으로 여러사람으로부터 오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빌려 자신의 사치품을 사들이는데 사용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아내에게 돈을 빌려 준 사람들로부터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당한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甲)는 아내(乙)가 몰래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 민법상 부부사이에는 혼인생활 중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또한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는, 다른 일방도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가사의 범위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라 함은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의 사무에 관한 법률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그 구체적인 범위는 부부공동체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능력 등 현실적 생활상태 뿐만 아니라 그 부부의 생활장소인 지역사회의 관습 등에 의하여 정하여지나,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행위를 한 부부공동체의 내부사정이나 그 행위의 개별적인 목적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그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 등도 충분히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는 것입니다.

질문자(甲)의 본 사안의 경우에는 아내(乙)가 돈을 빌릴 당시 ‘남편의 사업자금’ 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빌린 점을 본다면, 이는 ‘甲 의 사업’ 과 관련된 행위로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가사상의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보여지고, 따라서 ‘甲’ 의 변제책임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가 그 권한을 넘은 대리행위를 한 경우, 그 대리행위의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대리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대리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충분히 대리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찾아봤지만 대리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찾을 수 없었던 경우)가 있는 경우에 표현대리의 법리에 의하여 본인이 책임을 지게 되는데, 판례는 부부간의 일상가사대리권도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있어서 기본적 대리권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甲)의 본 사안과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아내(乙)가 본인을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여지지 않으므로, 표현대리 책임 역시 인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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