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눈에 띄었을 뿐이다 하필 그곳에 있었을 뿐이다 시속 1미터든 100킬로든 굼벵이든 기차든 그게 그들의 가는 길이고, 그 길 위에

내가 실렸을 뿐이다

 

어디에선가 당신들은 지구 위를 걸어간다

 

구름 위에 구름 구름 밑에 구름 구름인 줄 모르는 구름 허공에 매달린 구름아래

굼벵이는 굼벵이걸음으로 기차는 느려도 빠르게 달릴 뿐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라지는 것일 뿐

 

당신이 내게 수없이 건넨

간다간다 간다는 말

 

강 건너 굼벵이처럼 기어가는 기차야

나에 대해 잠깐 들썩이었던 입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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