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취재부 부국장)

▲ 지영수(취재부 부국장)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2단계 대상에 포함된 충북지역 대학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종 평가에서도 하위그룹에 남게 되면 정부 재정지원 제한 등 강력한 패널티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대학평가를 바탕으로 2023년까지 16만명의 정원을 줄인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등급에 따라 대학 정원을 감축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겠다는 셈이다.
대학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인 것은 분명하다. 당장 3년 뒤인 2018학년도부터 대학들의 입학정원이 대입 준비생의 수를 넘어 공급이 수요보다 많게 된다.
때문에 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부실대학이 속출하게 된다. 대학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모를리 없지만 당사자로선 사활이 걸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구조개혁 칼날을 피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다.
충북도내 대학가에 따르면 청주대와 영동대, 한국교통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꽃동네대 등 5곳이 지난 5일 교육부로부터 대학구조개혁 2단계 평가대상인 하위그룹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음성 극동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학교 측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교육부는 하위그룹에 포함된 전국 30개 대학 가운데 최종 평가에서 10% 정도 대학에 마지막 구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충북도내 대학은 대부분 1차 평가에서 정량평가는 합격점은 받은 반면 정성평가에서 최하위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이 정해진 정량평가와 달리 정성평가는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문을 평가하는 것으로 총점만 통보받은 상황에서 명확한 원인 분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청주대의 경우 학내 분규를 원인으로 꼽는 학교 측과 학교가 투자를 게을리 한 탓이라고 주장하는 교수회 등이 대립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재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 개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교육부는 이 법안 통과를 전제로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진행했지만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올해 평가가 정원 감축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하위그룹에 포함되더라도 경우에 따라 가장 두려운 정원 감축의 철퇴를 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구조개혁 평가 1단계 결과를 통보받은 대학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당초 계획보다 늑장 통보인데다 수박 겉핥기식의 100분 면접심사와 현장평가도 없이 정성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충청권 소재 대학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충청권 홀대’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충청권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3분1이나 되는 ‘하위그룹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학평가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부는 오는 8월 대학을 5개 등급으로 평가한 결과를 확정 발표한다. 상위그룹은 점수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뉘고 하위그룹은 2단계 평가에서 D·E 등급이 최종 산출되는 가운데 하위등급으로 남으면 재정 지원과 학자금 대출 제한, 정원 감축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정부재정지원’과 ‘정원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는 교육부의 고충도 이해 할만하다.
하지만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야 할 대학이 교육부의 줄 세우기 구조개혁평가에 목매달고 정부재정지원 얼마라도 받기 위해 간 쓸게 다 빼내고 교육부에 끌려 다니는 한 한국  대학의 미래는 없다. 
정부는 대학의 미래가 국가의 미래고,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명심해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실시해 대학사회의 혼란을 잠재워야 한다. 대학평가의 본질을 다시 살피고 평가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끔 정책반영이 뒷받침 돼야 올바른 평가가 된다.
하위대학들도 특화된 비전제시와 변혁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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