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20여 년 간 오로지 수필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김혜식(60·사진)씨가 최근 즐거운 외도(?)를 감행했다. 22편의 평을 담은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를 발간한 것. 충북의 문단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중견 수필가인 그는 이 책을 통해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재조명하고 독자들에게 자연스레 안내한다.

그는 “자신의 화포에 ‘무엇’이 깃들어야만 붓을 들었던 고흐의 치열한 작가정신에 반해 20년간 좇았다”며 “아직도 원고지 여백에서 ‘무엇’을 만나지 못한 채 미망과 고뇌 속에서 헤매고 있다. 번뜩이는 영감에 제대로 한번 취해 보려는 바람에서 감히 평론을 집필하기에 이르렀다”고 발간 의도를 밝혔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공감하게 하고자 그가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재미’다. 어려운 구미 이론에서 탈피해 살가운 이론 용어를 구사하려 노력했고 딱딱함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는 “이런 작법은 누구라도 나의 평설을 통해 작품 속의 감수성과 참신성에 담뿍 젖게 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의도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수필 작품에 평설의 옷을 입힌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평설을 쓰면서 새삼 수필 쓰기의 지난함을 깨닫기도 했다.

김씨는 “평설을 집필하면서 다시금 수필의 예술적 미학에 젖어본다. 수필 한 편이 안겨주는 감동은 참으로 탈속하고 청기하다”며 “세사만반에 부딪힌 체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빠른 찌름과 때론 날카로운 지적, 아름다운 시경 표현은 자아성찰과 참으로의 삶의 자세를 지향하는 일에 바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이유식 수필대표작선집 ‘찻잔 너머의 여자’, 윤재천 수필집 ‘청바지와 나’, 김홍은 테마 수필 ‘나무가 부르는 노래’, 박영자 수필집 ‘햇살 고운날’ 등 충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집에 대한 평론 22편이 수록됐다. 대부분 수필에 대한 평으로, 김규봉 시인의 시집 ‘나비의 꿈’에 대한 평론 ‘견실한 언어의 표층과 심층’이 유일한 시평(詩評)으로 담겼다.

김혜식 수필가는 현재 하정아카데미 원장, 청주시 1인1책 강사, 대한민국 출판문화예술 대상 조직위원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간 문학’의 수필 월평을 집필한 적 있으며, 드림작은도서관장을 역임했다.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아시아 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청주예총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예술의숲. 260쪽.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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