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명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이건희 회장 '와병' 언급하며 잠시 울컥

(동양일보) 삼성그룹이 삼성서울병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 주변은 크게 술렁였다.

삼성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출입기자들에게 "오전 11시 메르스와 관련해 발표할 내용이 있다"고 공지했다.

곧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책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기자회견장에는 금세 몰려든 취재진 수백여명으로 가득 찼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메르스' 관련 회견인데다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육성으로 입장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취재진은 보기 드문 경쟁을 벌였다.

평소 소탈한 모습을 보여온 이 부회장은 출퇴근이나 해외 출장 입출국 시는 물론 삼성그룹과 계열사 공식 행사 등을 통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아버지 이건희 삼성 회장과 달리 취재진에게 현안과 대해 답하는 모습이나 공식 행사에서의 발언 모습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회견이 예정된 오전 11시 정각 이 부회장은 서초사옥 다목적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색 정장에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이 부회장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을 둘러싼 카메라를 통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차분한 목소리로 준비된 발표문을 담담히 읽어내려 가던 이 부회장은 "저희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환자 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고 말한 뒤 잠시 '울컥' 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건강에다 메르스 사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둘러싼 잡음 등이 겹치면서 계속된 고심의 흔적이 엿보였다.

이 부회장의 등장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맡고 있는 이인용 사장을 비롯해 그룹 미래전략실의 임직원들이 대거 출동해 이 부회장의 모습을 초조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이날 회견은 일부 뉴스전문채널과 종합현성채널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부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한 뒤 자리를 떠나자 이인용 사장과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마이크를 이어받아 삼성서울병원의 위기대응시스템 및 응급진료 프로세스 개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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