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박대통령에 "마약한 거 아니냐" 독설 쏟아내

(동양일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세월호 참사 등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이 발생하면 자연히 숱한 의혹이 제기된다. 사안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는 목소리들이다.

의혹이란 '의심되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므로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된다면 의혹은 줄어든다. 최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여러 의혹이 떠돈 것도 정부의 폐쇄적 태도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의혹을 제기할 권리를 누리는 만큼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공적 행위를 하는 입장이라면 자신이 사회적으로 공적 지위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 활동에 참여하는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22일 경찰의 416연대 사무실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의혹도 '시민의 공적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운영위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행적을 알 수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청와대를 압수수색해 (당시 박 대통령이) 마약을 하고 있었는지 아닌지 확인했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이 당시) 피부미용, 성형, 보톡스 시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어 한번 확인해봤으면 좋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에 대해 진보성향 사회학자인 A교수는 23일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은 있다"면서도 "공식적인 조직에 몸담아 공적 지위를 지닌 사람이라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할 때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A교수는 "대통령의 행적이 7시간 동안 묘연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도 "사석에서나 할 법한 마약, 보톡스 이야기까지 꺼낸 것은 의혹 제기의 자유를 이미 넘어선 일탈적 방식의 문제제기로 시민 또는 공인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회학과 교수는 "의혹 제기 외에 다른 수단이 없는 사람들에게 권력자가 압수수색처럼 억압적 수단을 썼다면 절박한 나머지 갖가지 음모론적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부분을 공적인 자리에서 정제되지 않게 표현하면 자신들이 뜻한 바를 이루는 데 장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의혹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개인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역시 시민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오늘날 사회는 개인 의견이 많은 사람에게 전파돼 공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갖춰진 상태"라며 "우리가 남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SNS에 의견을 남길 때는 자신이 공적 존재임을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 시민들은 그런 인식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메르스 사태처럼 다수 시민에게 직접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두고는 의혹 제기나 유언비어 유포 등 현상을 달리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무조건 시민의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 발생 이후 확진자 발생 병원이나 정부 방침 등과 관련한 근거 없는 이야기가 SNS 등을 매개로 다수 떠돌았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이를 범법행위로 보고 유포자 검거에 나서고 있다.

A교수는 "대통령의 7시간 동안 행적과 같은 문제는 책임의식이라는 관점에서 한 번쯤 성찰해서 의혹을 제기해야 할 사안이지만 메르스는 시민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혹이나 소문 유포에 대한 시민적 책임의 범주를 넘어서는 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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