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월수입 100만원 이하 67%, 50만원 미만 25%

(동양일보) 연극배우 김운하(본명 김창규·40)와 영화배우 판영진(58)이 생활고로 잇따라 사망하면서 예술인복지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숨진 지 5일 정도 지난 상태에서 발견된 김운하의 시신은 무연고자로 처리돼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인들이 개인재산을 털어 빈소를 마련했다.

판영진은 평소 생활고를 비관하고 우울증을 앓았다. 지난 1월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의 비극적인 말로와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배우들의 수입 양극화 현상 등 문화예술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예술인복지법 제정 3년째 비극은 매년 되풀이 =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연극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던 김운하가 숨지기 전 극단에서 받은 월급은 약 30만원이었다.

1978년에 배우로 데뷔한 판영진은 2006년 서명수 감독의 독립영화 '나비두더지'에서 주인공인 지하철 기관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데뷔 28년 만의 주연작 이후 배우로서 벌어들인 수입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운 생활 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은 생활고로 지병을 제대로 치료도 해보지 못한 채 지난 2011년 안양의 월세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작가는 전기와 가스가 끊긴 방에서 며칠을 굶다 홀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가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메모를 이웃집에 붙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최 작가의 사망으로 국회는 2012년 일명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그러나 해당 법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고, 비슷한 사건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최 작가 이후에도 배우 정아율(2012)과 김수진(2013), 가수 김지훈(2013)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년에는 배우 우봉식이 극심한 생활고로 서울 월세 방에서 목을 매 충격을 안겼다.

1983년 연기자로 데뷔한 그가 출연한 영화는 4편에 그쳤고,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도 대부분 단역이었다.

●월수입 50만원 미만이 25% "구조적인 문제 크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 전 조사했던 문화예술인 실태에 따르면 월수입 100만원 이하가 67%, 50만원 미만은 25%로 나타났다.

문화예술인의 절대다수(92%)가 빈곤층에 해당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인의 이런 실태가 과거보다는 좀 개선됐을까.

예술인복지재단의 한 관계자는 "상황은 3년 전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특정 기획사와 배우에게 부와 명예가 쏠리는 문화산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가 제일 크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연극인복지재단 사무국장은 "2008년 연극인들의 월수입 평균치가 36만원이었다"면서 "지금도 연극으로 연간 200만원 이상을 벌지 못하는 연극인들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이 국장은 "상업 극이 아닌 정통연극을 보러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 연극은 연극인들만 본다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온다"며 "티켓가격은 오르지 않았고, 연극은 초대권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수익구조 자체가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정부의 창작지원금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예술인복지재단은 생계가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에게 긴급생활자금이나 긴급의료비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과정이 오래 걸리는 편이고, 선정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역량 강화와 생활안정을 목표로 지원금은 2013년 60억원, 2014년 81억원, 올해 110억원 등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또 올해는 상반기가 거의 다 지난 현재까지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지원 신청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예술인복지재단은 "7월 중 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예산 확보 즉시 사업공고와 집행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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