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소설가가 단편 ‘전설’에 대한 표절 의혹에 대해 입을 열며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알지도 못한다며 표절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던 신씨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표절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표절 의혹이 이미 신씨의 다른 작품으로까지 확산된 상태여서 한 번의 인터뷰가 세간의 의혹을 모두 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여전히 “우국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그때(15년 전 표절 의혹이 제기됐던 당시)는 읽지도 않은 작품(‘우국’)을 갖고 그럴(표절할) 리가 있나, 그렇게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일부 대목이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서’와 유사하다는 의혹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으며, ‘무거운 새의 발자국’, ‘풍금이 있던 자리’의 제목을 다른 사람의 시 구절에서 따왔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의 관행’이었다고 해명했다.

문학평론가인 이명원 경희대 교수는 23일 신씨의 1996년작 ‘전설’이 ‘우국’에 대한 “의식적이고 명백한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날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해 열린 긴급토론회 발제를 통해 이같이 강조하면서, 앞서 표절 의혹이 제기된 1999년작 ‘딸기밭’ 표절 논란과 관련해서도 “작가적 기본윤리와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히 개탄할 만한 상황에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창은 중앙대 교수도 발제를 통해 “표절 사건으로 민낯을 드러낸 건 한국문학의 구조적 문제”라며 “출판상업주의로 인해 창작과 비평이냐 문학동네냐, 문학과지성사냐 등 출판사 소속이 작가의 정체성이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전설’이 실린 단행본 ‘감자 먹는 사람들’을 낸 출판사 창비는 이날 책 출고를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1996년 창비에서 낸 신씨의 작품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의 제목을 바꿔 2005년 재출간한 책으로 ‘전설’을 포함해 신씨의 중·단편 8편이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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