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8월 30일까지 ‘이응노의 조각, 공간을 열다’

▲ 이응노 작 ‘무제’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이응노미술관(대전 서구 둔산대로 157)은 오는 8월 30일까지 2015 이응노미술관 소장품전 ‘이응노의 조각, 공간을 열다’전을 개최한다.

이응노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고암 이응노의 ‘조각’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로, 1958년 도불(渡佛) 이후 1960~1980년 제작된 이응노의 조각 100점과 드로잉 20점, 콜라주 2점, 회화 2점, 태피스트리 1점 총 125점을 선보인다. 이 중 고암의 미망인 박인경씨가 올해 이응노미술관에 새롭게 기증한 고암의 미공개 조각 작품 57점도 포함된다.

이응노는 조각보다도 회화 작업에 주력한 화가였고 그의 주요 예술적 업적 역시 회화 분야에 집중해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그의 예술적 요체인 ‘추상’이라는 개념과 연계해 볼 때 조각 역시 그의 일관된 미의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장르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이응노의 조각 작품들은 제작 시기·장르·기법 등 제각기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조각 작업을 통해 회화를 넘어 현대적 조형감각을 형성해가는 고암의 여정을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이응노 조각의 양식적 변화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조명한다. 아울러 그의 조형의식이 회화와 상보관계를 이루며 변천해 온 역사에 주목하여, 이 과정 속에서 그의 조각에 깃든 이응노 만의 조형적 특징은 물론 그의 조각과 회화에 공통적으로 깃든 미를 추정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전시실은 역시간 순으로 구성된다. 1전시실에서는 1980년대 ‘입체로 형상화된 군상’을, 2·3전시실에서는 1970년대 ‘평면에서 입체로 확장된 이응노의 조형세계’와 ‘재료에 내재한 표현적 힘’을, 4전시실에서는 1960년대 ‘입체를 향한 조형의지의 발현’을 주제로 다룬다. 3전시실에는 고암이 철재나 목조 작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파리 근교 프레 생제르베에 마련했던 아틀리에 모습도 재현된다.

특히 고암이 1967년 서울에서 재판을 받을 당시 점심으로 나온 나무 도시락을 쪼개어 베니어합판 위에 붙이고 간장 고추장으로 색을 낸 ‘구성’ 작품과 사람들이 팔을 하늘로 벌리고 서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높이 3.5m에 이르는 대작 ‘구성’, 간결하지만 완벽한 균제를 이루며 여섯 사람이 군무 형태를 취하고 있는 ‘군상’, 붓글씨의 리듬과 형태가 인체 형상으로 추상화된 ‘군상’ 조각 등이 눈여겨 볼만하다. 이는 모두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미공개작이다.

조각가로서 고암의 국외 활동상을 담은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전시된다. 1970년 프랑스 남부 항구 도시 바카레(Bacares)에 위치한 사브르미술관 주최로 진해된 ‘국제조각심포지엄’에 초청되었을 당시 고암이 미술관 해변가에 제작한 높이 10m에 이르는 기념비적인 조각 ‘토템’ 관련 자료, 조각이 전시됐던 도록 및 관련 기사, 잡지 원본들이 함께 공개한다.

이응노 화백의 부인인 박인경 이응노미술관 명예관장은 고암의 조각, 회화, 판화, 드로잉 등 작품 총 95점(조각 57점, 회화 3점, 부조 4점, 세라믹 4, 스텐실 1, 드로잉 26점)과 그가 직접 수집한 고암의 유럽 활동 관련 자료 총 3576점을 이응노미술관에 기증했다.

이와 함께 4m에 이르는 대형 ‘토템’ 목조각품 및 조각 3점, 프랑스 조폐국에서 주화로 제작됐던 브론즈 메달 2점, 회화 2점은 학술연구와 전시 목적으로 이응노미술관에 장기 기탁됐다.

이응노미술관은 2007년 개관 이후 현재까지 구입, 기증, 관리전환 등의 방식으로 소장품을 수집해오고 있으며, 이번 기증을 통해 모두 1332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게 됐다. 이 가운데 조각은 70점으로 전체 소장품의 5.7%를 차지하며, 올해 기증된 조각 57점을 비롯한 작품 38점은 현재 소장품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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