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결론부터 말하면 청주시가 새로 만든 시 상징마크(CI)는 안된다.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는 청주시가 만인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새 CI를 청주의 영문 대표 이니셜인 'C'와 'J'를 생명의 씨앗이자 창조적 가치의 원동력을 의미하는 '씨앗'으로 상징화한 심볼마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1억 3000만원이나 들여 만든 이 CI가 정말 돈 값어치나 제대로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어떤 사물이나 형상을 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고,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지 못하는 게 인간관계다.

청주시 새 CI도 마찬가지다. 이 CI를 보면 각자에게 오는 감이나 느낌이 있을 거다. 신선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막대한 돈을 들여 뭐 저렇게 유치하게 만들었어 하고 폄훼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이런 분분함 속에서도 다수의견이 모아진다면 그것이 곧 여론이다.

얼마 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청주시의회 의원들이 새 CI와 관련해 길거리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다. 지난 10~11일 청주 성안길과 오창읍 홈플러스 교차로에서 스티커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성안길에서는 찬성 5.2%, 반대 94.8%, 오창읍에서는 찬성 13.2%, 반대 86.8%의 결과가 나왔다. 시민 10명중 9명이 반대한 셈이다.

이쯤되면 더 할 말이 있을까. 이같은 여론을 정 못 믿겠으면 제3의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시민여론을 다시한번 들어봐도 좋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주시는 새 CI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의원들간 반목과 갈등을 야기하고 시정추진 동력을 스스로 추락시켰다. 오는 7월1일이 어떤 날인가. 바로 청주시와 청원군이 합친 역사적인 통합시 출범 1주년이 되는 날이 아닌가.

이런 위대한 날을 앞두고 대의기관인 청주시의회는 급기야 본회의장이 점거되는, 그야말로 TV속 국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막장 의회가 초래된 데는 이승훈 시장, 김병국 의장, 여야의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승훈 시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 시장 감독에 김 의장 주연, 새누리당 의원이 조연한 꼴이다. 그래서 이 시장에게 결자해지 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 시장이 새 CI에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시정과 의회의 파행이 올 리가 만무했다. 일찌감치 새 CI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전문가들처럼 거창한 말로 새 CI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새 CI에 대한 각계의 여론을 시정에 참고했더라면 시민들이 이런 추악한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장은 시민 다수가 아니라는데도 우겼다. 용역비가 아까워서일까, 아니면 행정행위가 침해당했다는 일종의 자존심 차원의 저항일까. 이것도 아니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들의 행동을 시정 발목잡기로 치부한 고도의 정치행위일까. 다 좋다.

하지만 길거리 스티커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 듯 새 CI는 이미 시민 마음을 떠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문제 투성이인 시의회의 CI 조례안 처리 절차는 차치하더라도 부정적 이미지가 결정적이다.

새 CI는 영문대표 이니셜 C, J 중심으로 형상화되다 보니 특정기업을 연상하게 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씨앗 또는 나뭇잎처럼 보이는 모호한 형상화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새 CI가 여성 입술 모양으로 보여 진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전설의 섹시 미국 여배우 ‘마를린 먼로’의 입술을 보는 것 같다는 혹평도 나온다.

사람들이 저 CI를 볼때마다 여성 입술을 연상케 한다면 정말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85만 통합 청주시의 상징마크가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청주시민들이 경악할 일이 아닌가.

재차 말하지만 문제 해결은 이 시장 결단에 달려 있다. 김 의장과 새누리당 의원 뒤에 숨어 눈치만 볼 게 아니다. 여야 의원이 합의하면 CI를 다시 바꿀수 있다고만 할 게 아니라 전면에 나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들이 새 CI를 볼 때마다 이상한 생각 들지 않게 하는 것도 시장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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