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선

아주 오랜 세월을

뜨거운 체액으로 흐르면서

알게 모르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달치어진

생명의 단내 같은 것

그 안에

달고 쓴 독과 약이

나란히 등을 대고 있어

저울추가 조금만 삐딱해도

금새 빨간 불이 켜지는

그러나 어떤 부정에도

어떤 비굴한 모략에도

결코 썩지 않는

끝내 변절하지 않는

신의 웅숭깊은 교지 하나

가슴에 품고 반짝이는

차가운 영혼 같은 것

마지막 희망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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