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용 충북 소설가협 회원

 

요즈음 유명작가의 표절시비로 문단 내외가 시끄럽다. 신문 방송이 문학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쩌면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부끄럽기도 하지만 뿌듯할 법도 하다.

표절(剽竊)의 정확한 뜻을 확인하기 위해 사전을 들춰보았다. ‘시나 글 음악 따위를 지을 때 남의 작품 일부를 자기 것인 양 몰래 따서 씀’ 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번 표절사태의 원인으로 ‘문학권력이 빚어낸 고질병’, ‘메이저 출판사가 만들어 낸 거품’, ‘주례사 비평’, ‘문단 패거리의 병폐’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표절시비’ 의 근저에 깔린 문제는 도외시 한 거 같다.

첫째 국내의 좁은 문학시장과, 정부의 문학 홀대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출판사가 살아가려면 일정 수입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면 수입을 창출하는 작품을 생산해 시장에 꾸준히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무명작가 작품을 내놓으면 잘 안 팔려 수입이 준다.

그렇다 보니 인기 있는 작가의 작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작가는 유명세에 돈까지 거머쥐게 되니 출판사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작가의 본분을 잃어버리고 작품이 아닌 상품의 생산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둘째는 몇몇 메이저 언론사들의 문학작품을 기사화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무명출판사에서 출판된 작품은 기사화 대상에서 항상 후순위이고, 메이저 출판사의 작품은 우선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다. 물론 메이저 출판사의 작품은 신뢰성이나 질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루는데 부담이 없을 것이다.

문단에는 각종 상(賞)이 지천인데 이 기회에 ‘표절문학상’을 제정하면 어떨까?

단편소설이든 장편소설이든 작품을 완성하려면 많은 공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표절을 하면 빠른 속도로 작품을 생산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표절문학상은 국내 작품을 가장 멋지게 표절한 작품에 한정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표절 대상이 된 작품까지 덩달아 잘 팔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원작자와 표절작가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면 출판사는 노이즈 마케팅의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테니까…….

폐일언하고 예술작품은 독창성이 생명이다. 독창성을 망각한 작가는 스스로 작가이기를 빨리 포기하는 것이 독자나 자신을 위한 최선의 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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