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관석 (편집국 부국장 / 음성·괴산지역 담당)

▲ 서관석(편집국 부국장 / 음성 괴산지역 담당)

표절 공화국이라는 오명 속에 대한민국이 또다시 표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현대문학의 대표적 소설가인 신경숙 작가가 자신의 표절 행위를 사실상 인정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1996년 발표된 신 씨의 소설 ‘전설’은 김후란 시인이 1983년 번역 출간한 일본 소설 ‘우국’ 일부를 표절했다고 소설가 이응준씨가 주장했다.
신 씨는 이를 부인했었다.
‘우국’은 읽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게 상처만 남는 일이라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신 씨는 결국 언론의 끈질긴 이의제기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신 씨는 지난 23일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 소설 ‘우국(憂國)’의 문장과 자신의 소설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표절이란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을 말한다.
북한에서는 도적글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신 씨가 뒤늦게나마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자신은 물론 한국 문학계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표절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말해주듯 우리나라에서는 표절이 당연시 되고 또 일상화된 느낌이다.
지난해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이유는 논문 표절이 결정적이었다.
제자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 연구 시스템에 등재하고도 실수라고 발뺌했기 때문이다.
제자 논문에 제1저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등 교육부장관 자격이 없다는 질타 속에 낙마했다.
요즘 충주 교통대 김영호 총장의 박사 학위논문도 표절 논란으로 시끄럽다.
논문표절로 총장에 선출됐기 때문에 사퇴해야한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지난 2007년부터 장관, 청와대수석, 대학총장 후보들의 논문 표절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변명과 사과를 했지만 낙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고위 공직자 후보, 연예인, 체육계 인사, 교수, 국회의원 등 유명인의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절이라는 행위는 피해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전형적인 친고죄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노려서 인지 표절이 줄어들지 않는 현실이다.
저작권을 지닌 측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문화 도둑질에 대한 심판은 도적적인 지탄에 그친다.
소송을 통해 저작권을 확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또한 표절을 입증해야 되는 등 번거롭기가 그지없다.
외국의 경우처럼 창작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비난과 함께 법적인 노력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저작권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선진국에서도 표절 논란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때마다 소송을 제기하거나 대행사를 통해 합의를 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다.
창의성이 생명인 문화 콘텐츠를 표절하고 모방만 한다면 새로운 창작 작품을 개발하려는 의욕이 상당부분 꺾일 수밖에 없다.
신 씨의 표절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고 늦게나마 이를 인정하게 된 것은 문학계를 위해 잘된 일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문학계는 새로운 창작문화를 정착시키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문학은 창작하는 여정이기 때문에 남의 작품을 표절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말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제자의 논문을 당연하다는 듯이 표절하는 교수도 더 이상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풍토도 필요하다.
정부도 저작권법을 현실에 맞게 손보고 문학인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학 총장을 비롯한 일부 교수들의 표절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행각이다.
진심어린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계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제대로 된 창작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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