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내기 여경 심수정 순경은 침착한 대응으로 승용차 안에 연탄불을 놓고 자살을 시도하던 40대 여성을 구출해 눈길을 모았다.
▲ 구연순(앞줄 오른쪽 두번째) 국제범죄수사대장은 피의자에게는 엄격하지만 여성 피해자를 한층 가깝게 위로하는 '힐링'수사를 펼치고 있다. 구 대장이 수사대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하고 있다.

7월 1일 69주년 여경의 날
충북 284명 각종 분야서 저력
조직 내부선 여전히 ‘소수자'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1일은 창설 69주년을 맞은 ‘여경의 날’이다.

과거에 비해 여경의 수가 늘었지만 여경은 전체 경찰 가운데 10%도 되지 않는 경찰 내 소수자다. 하지만 이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여성·청소년 분야나 지원업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사·장비 분야 등에도 근무하며 여성의 저력을 보이고 있다.

●당당하고 옹골차게 ‘우먼파워’

안봉숙(37) 경사는 홍일점 대전경찰청 경찰특공대원이다.

지난해부터 대전청 경찰특공대 탐지견 운용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바라던 업무지만 무더운 여름 방탄 헬멧과 방탄복을 입어야 하는 점 등은 여성대원으로 다소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여성’ 특공대원이 아닌 ‘유능한’ 특공대원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음성경찰서 설성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새내기 여경 심수정 순경은 침착한 대응으로 승용차 안에 연탄불을 놓고 자살을 시도하던 40대 여성을 구출했고, 지난달 채 교육생 딱지도 떼지 못한 제천경찰서 용두파출소 김은지(26) 순경은 일선 파출소에 배치된 지 닷새 만에 절도사건을 해결해 눈길을 모았다.

충북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인 구연순 경감은 수사 분야의 베테랑이다.

그는 피의자에게는 엄격하지만 여성 피해자를 한층 가깝게 위로하는 ‘힐링’ 수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친자매처럼 지내던 베트남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식당 업주를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검거한 이후 피해여성에게 심리·상담 치료 등을 지원하는 등 피해여성 보호에 나선 것이다. 피해여성은 현재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에 성공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경감은 “남성이 월등히 많은 경찰조직 특성상 여경에게 어려운 환경도 다소 존재하지만 여경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사회적 약자 보호에 꼭 필요하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9% 불과 “아직은 소수자”

올해 전국 경찰관 11만169명 가운데 여경 숫자는 1만351명이다. 여경 비율은 9.4%로 채 10%가 되지 않는다. 69년 전인 1946년 미군정청 경무부 공안국이 여경을 모집, 한국 여경의 역사가 시작됐을 때의 80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소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충북경찰의 사정은 더욱 심하다. 도내 전체 경찰관 3166명(6월 30일 기준) 중 여경은 284명으로 8.9%에 불과하다.

여경의 고위직 숫자도 아직 미미하다. 전국 경찰관 중 총경 이상의 여경은 11명, 경감 이상 관리자는 480여명 정도다. 다른 공무원 조직이 20~30%가량의 여성간부 비율을 유지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숫자다.

충북의 경우에도 총경 20명 중 여경은 1명, 경정은 72명 중 3명에 불과하다. 경감은 252명 중 10명, 1482명의 경위 중에선 29명만이 여경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여경에 대한 차별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경의 미래는 밝다.

경찰대가 1989년부터 여학생 입학을 허용하며 경찰 내 여풍을 지속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여성 신입생 비율은 낮지만 최근 경찰대 입시에서 여성 경쟁률이 245대 1에 달하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경찰대 수석 졸업자 중 상당수가 여성으로 채워지고 있는 등 조직 내 여성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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