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란

몸살은 적막하다

연잎이 연꽃잎을 받아내듯

제 몸의 살점 하나도 소중하여

저 만나러 오는 바람까지도 아끼는 일

그렇게 바람을 감싸 안는 것

욕심을 비우면 면적을 넓혀가는 일

 

여름,

몸살은 달콤하다

떨어진 꽃잎 멀기도 전에

제 그림자 비추어 절정의 순간을 기억하는 일

꽃 진자리 바리때에 연밥을 채워 가는 일

다음 생을 위해 뿌리의 힘을 키우며

무게를 비워가는 일

 

하여, 몸살은 하안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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