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논설위원 / 시인)

▲ 나기황(논설위원 / 시인)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7월이다.
따끈따끈한 햇볕에 강변 자갈밭이 달궈지고 있다. 한낮의 느티나무가 치마폭만한 그늘로 땡볕을 막아주고 있다. 자지러지게 우는 매미소리에 미루나무 잎들이 깜짝 놀란다.
밭둑을 기어 나온 참외넝쿨사이로 노랗게 익어가는 개똥참외가 보인다. 파란 하늘 가, 뭉게구름 눈부시던 낭만의 여름은 이젠 없다. 타는 목마름의 계절이 있을 뿐이다.
얼마 전 내린 비로 해갈은 됐다지만 올 여름 가뭄도 만만찮을 조짐이다.
밭작물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무리 관개시설을 잘해놓았다 해도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지 않으면 결국 ‘천둥지기-하늘바라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을 필요로 하고 있다. 사람의 몸도 70%가 물로 구성돼 있고 지표면도 70%가 물로 뒤덮여있다. 하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물은 2.53%에 불과하다.
세계인구의 20%가 먹을 수 있는 식수원(食水源)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몸 안에 있는 수분이 10%만 빠져나가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지구역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우주의 생명체다. 물은 에너지의 차원을 넘어 생명력의 원천이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항구적으로 필요한 혈액과 같은 존재다.
피돌기가 멈추면 생명을 잃는다.
‘물발자국(Water Footprint)’ 얘기가 나올 만하다.
‘물발자국’이라. 한 줄금 쏟아지는 소나기에 흠씬 젖은 몸으로 마룻바닥을 겅중거리며 뛰어다니던 추억속의 발자국이 아니다. 콸콸 도랑물 넘치던 그 시절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의미다.
‘물발자국’은 ‘제품의 생산·사용·폐기 전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물을 쓰는지 나타내는 환경 관련 지표’다. 네덜란드의 아르옌 훅스트라 교수가 고안했다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지난해 ‘물발자국’의 국제표준(ISO 14046)을 제정하였다.
‘물발자국’의 예를 들면, 1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쌀의 경우 2,895톤이요, 소고기는 15,497톤, 커피는 무려 19,028톤이나 물을 필요로 한다.
유네스코 산하 기관(UNESCO-IHE)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2%나 물이 부족한 국가로 조사됐다. 38%만 국산이요, 나머지는 수입해서 쓰고 있다는 얘기다.
모든 발자국은 지나 온 길 위에 새겨진 삶의 기록이다.
‘물발자국’은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과 함께 개인이나 지역, 국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환경발자국 중 하나다.
물발자국은 크게 세 가지 색깔로 구분하는데 녹색은 강우(降雨)를 통해 자연적으로 얻어진 물의 양이고, 청색은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말한다. 회색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오염된 물의 양을 말하며, 이를 수질기준에 적합하도록 정화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으로 계산한다.

커피 한 잔 만드는 데 물이 132리터나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난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회칙으로 환경에 관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했다. 회칙은 ’온전한 생태‘를 ‘정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온전한 생태학’은 자연과 인간, 국가와 국가, 모든 구성원이 관계회복을 통해 ‘공동선’을 지향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바로 ‘생태적 회심’이란 얘기다. 7월의 시작, ‘물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하늘바라기’의 마음으로 ‘생태적 회심’도 음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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