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 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7월1일부터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된다.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이 법은 그동안 여성정책의 ‘헌법’으로 불리던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한지 20년 만에 전면 개정해 새롭게 만든 법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性)을 구분해 법을 만든 것은 1995년. 그 해는 베이징에서 4차 세계여성대회가 열리던 해였다. 그 대회에서 세계의 여성지도자들은 중요한 발표를 했다.
남녀의 성을 생물학적 구분인 섹스(sex)가 아닌 사회적 성인 젠더(gender)의 개념으로 구분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젠더의 개념에는 사회적인 환경과 훈련에 의해 남녀의 기질이 형성된다는 사회적 성 정체성과 함께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분위기에 도움을 얻어 우리나라에서도 그 해 ‘여성발전기본법’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법에 의해 여성고용차별금지와 성매매 성희롱금지 등 여성차별금지와 여성발전을 위한 제도들이 법적으로 마련됐다.
그런데 이 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발전기본법은 여성 차별 개선에 중점을 둔 법인데 비해, 양성평등기본법은 성차별 해소,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와 대우 등을 통한 ‘실질적 양성평등’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여성발전기본법 시행 20년 동안 여성차별 해소와 여성발전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헌법의 기본대로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해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데 있다고 법의 취지를 밝힌다.
그러니까 이 법은 기존 여성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 외에, 모든 영역에서 남성의 참여 등을 강조해 양성평등이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위한 가치라는 점과, 실질적 양성평등을 목표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법의 개정으로 양성평등 실현과 그에 따른 기대가 크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여성의 현주소는 어둡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 2015년 현재의 여성통계를 보자.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세계 성평등 순위’는 142국 가운데 117위. 일본이나 중국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 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여성의 고위진출을 막는 상징 ‘유리천장 지수’에서는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OECD 28개국가중 꼴찌를 기록했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도 심각하다.
1년간 임금을 합산한 여성과 남성의 임금차이는 37.4%. 한국의 올해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은 5월 마지막주 일요일이었다. 동일임금의 날이란 지난 해 남성과 여성이 받은 임금의 차이를 계산해, 여성이 며칠을 더 일해야 전년도 남성의 임금과 같아지는가를 날짜로 따진 것이다. 우리와 근무환경이 비슷한 일본은 성별 임금격차가 26.5%, 노르웨이는 6.4%, 뉴질랜드는 6.2%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다가 비정규직과 저소득 시간제 일자리 여성수를 따지면 삶의 질은 더 낮아지고, 통계는 더 나빠진다.
그 가운데도 제일 어려운 사람들은 여성 노인이다.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노인의 빈곤율은 45.9%로 남성노인보다 5%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렇게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통계만이 아니다.
일과 가정이 양립되지 않는 현실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게 되면 직장에서 중도퇴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출산을 거부하거나, 아니면 경력단절여성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시행되는 양성평등법이 과연 굳건한 우리 사회 가부장적 분위기를 개선해 성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 여성과 남성의 동반성장이 이뤄질 수 있을까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 법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전 공무원들이 법의 목표를 정확하게 알고 정책 기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법의 내용과 정책을 국민 모두가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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