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6000개 이상…매일 3개 인터넷매체 탄생
사이비언론 ‘횡포’ 뒤엔 네이버·다음 등 포털이

▲ 인터넷 포털의 제휴 언론사가 부쩍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약점을 잡아 돈을 뜯는 사이비 언론사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로 구성된 광고주협회는 행패를 견디다 못해 피해 실태를 조사해 2일 공개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처음 듣는 매체 기자가 ‘네이버 기사 봤냐’고 대뜸 물어요. 부정적인 기사에다 회사 사진까지 크게 걸어놓고 지워줄테니 협찬을 달라는 식이죠.” (A사 홍보팀장)

부정적 기사를 빌미로 기업에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는 ‘사이비언론(유사언론행위)’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가 급증하면서 피해 역시 늘고 있다. 이들 매체는 오너 관련 루머성 기사나 제품·기업에 대해 인터넷 등에 떠도는 루머성 얘기들을 모아 자극적인 기사를 작성한다. 이어 업체에 연락, 광고와 협찬을 강요하고 거절하면 2~3차에 걸쳐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기사를 게재한다.

2일 정부 집계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5년 인터넷신문은 286개에 불과했으나 이후 급증, 2009년 1000개를 넘어섰고 2013년 말에는 4916개에 달했다. 지난해 1000여개가 늘어나며 현재는 6000개를 넘어섰다. 매일 3개 안팎의 신생 인터넷매체가 도처에서 생겨나는 셈이다.

기업들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했더니 기업 대부분이 유사언론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었고, 이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 역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사이비언론이 횡포를 부릴 수 있는 배경에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국내 대형 포털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가 국내 500대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담당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2015 유사언론행위 피해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90%가 유사언론행위로 발생하는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유사언론행위로 인한 피해경험이 있는 기업은 87%에 달했다. 이는 앞서 지난 5월 발표된 조사에서 피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86.4%보다 더욱 늘었다.

유사언론사가 기업에 광고·협찬을 요구할 때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 보도유형으로는 기업관련 부정기사의 반복게재가 87.4%로 가장 많았다. 경영진의 이름과 사진 노출도 79.3%, 사실과 다른 부정적 이슈와 연계가 73.6%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기사라도 회사 이미지 보호를 위해 어떻게든 기사를 인터넷에서 지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신문들이 ‘막강한 횡포’를 부릴 수 있는 배짱에는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대형 포털의 책임도 크다고 분석한다. 인터넷 신문은 그 자체로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포털과 뉴스검색 제휴를 통해 검색화면에 기사가 노출되면 ‘네이버 뉴스’, ‘다음 뉴스’로 둔갑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신문은 포털 검색 제휴에 법정소송을 불사할 정도로 사활을 걸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9.8%는 유사언론행위가 나타나는 원인으로 포털을 지목했다. 근절방안으로도 ‘포털에서 유사언론의 퇴출 및 기사제휴 중단’(23.0%)을 가장 먼저 꼽았다.

포털은 그동안 이들의 자극적 기사에 힘입어 이용자들을 자사 포털로 끌어왔다. ‘실시간 검색어’ 등을 통해 ‘도배’를 양성한 것도 포털의 책임이 크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온라인에 뉴스를 올리는 매체 선정을 언론단체로 구성된 제3의 독립기구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포털 측은 언론 유관 단체들과 접촉 중이나, 아직 독립기구 구성의 사전 단계인 준비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비 인터넷매체들의 ‘유사언론행위’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도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포털의 자율심사 강화 등 민간에서 사이비언론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엔 정부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우후죽순 늘어나는 인터넷매체가 기업을 괴롭혀 먹고사는 구조를 형성한다고 보고 그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체부는 2005년 개정 신문법 시행령에서 상시 취재인력 2명을 포함해 취재·편집인력 3명만 확보하면 얼마든지 등록할 수 있게 했던 것을 상시 취재·편집인력을 5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언론재단 등을 통해 기준 강화를 위한 근거와 규정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도 실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