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단체·문화재환수연대, 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회의장 앞서 캠페인

(동양일보) "각성하라 유네스코(Wake up UNESCO)“

전북 익산이 고향으로 지난 1974년 독일에 온 간호사 출신의 교민 지화순(66)씨는 레버쿠젠에서 본까지 열차와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 타고 유네스코 총회장 앞에 도착, 유네스코와 전세계를 향해 일제의 강제 징용시설 세계유산 등재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일본정부가 추진 중인 일제의 강제 징용 시설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최종 등재 여부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민단체가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독일 현지를 찾아 본격적인 등재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문화재환수연대'의 회원들은 독일 현지 시간으로 2일 오전 10시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회의장소인 본의 세계콘퍼런스센터 회의장 앞에 진을 쳤다.

독일 교민들의 도움으로 독일 경찰로부터 집회 허가를 받은 두 단체는 세계콘퍼런스센터 맞은편 거리에 천막 캠프를 차렸다.

현장으로 달려온 50여명의 교민들도 천막을 설치하고 어깨띠를 두르고 전단 배포를 하는 등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밥으로 끼니를 대신하며 고국민들과 첫 일정을 함께 했다.

캠페인 내용은 미쓰비시 나가사키조선소, 하시마 탄광 등에 강제 징용됐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과 선전물 게시, 회의 참가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역사적 관련 사실을 담은 전단 배포 등이다.

시민단체 회원들과 교민들은 "식민지 백성에게 강제 노역을 시켰던 참혹한 역사의 현장이 사죄 한마디 없이 세계 문화유산이 된다면 이는 침략주의를 미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세계인들을 농락하는 것이다"며 "세계유산 등재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비스바덴에서 온 교민 최완(74)씨는 "일제강제노역 시설을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재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먼저 잘못을 구하다 보면 용서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는데, 일본만 왜 유독 그러는지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3일까지 독일 본 마리팀 호텔에서 '부정적 세계유산과 미래가치'라는 제목으로 일본정부가 등재를 신청한 산업유산 대상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획 전시를 펼치고 있다.

이번 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에 상정될 일본정부의 산업유산 등재 여부 안건은 14번째 순서로, 오는 4일쯤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