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청주대 사태가 끝이 보이질 않는다. 대학구조개혁 2단계 평가를 앞두고 학내 구성원들이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에만 몰입하고 있다. 이러다가 또 다시 부실대학 딱지를 붙여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늪으로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청주대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이젠 지겹다. 아니 지쳤다. 청주대는 혼자 자생한 게 아니다. ‘청주’라는 울타리가 무언의 역할을 해 주었기에 오늘의 청주대가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시민들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말없는 대다수 시민의 여론과 눈치는 보지 않고 열달이 넘도록 저렇게 지지고 볶고, 나아가 폭력행사까지 서슴지 않는 것을 시민들이 좋게 볼 리 없다.

물론 구성원들이 2014년 정부재정제한대학 지정에 화가 나 그 책임을 묻고자 분연히 들고 일어난 것은 당연하다. 청주대가 어떤 대학인가. 한수 이남 최고의 명문사학 아닌가. 그런 대학이 재정제한대학이라니, 이처럼 치욕적인 사건은 있을 수 없다. 재학생, 교수, 직원, 동문 아니 청주대를 사랑하는 시민 모두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렸다.

그래서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들은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범비대위)’를 구성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 김윤배 오너총장의 퇴진을 이끌어 냈다. 또한 본관 앞 천막농성, 수업거부, 노조파업, 국정감사 수감, 길거리 시위 등으로 재단과 학교측을 압박해 왔다. 올 신입생 선발을 앞두고선 학사행정마저 마비돼 신입생이나 제대로 뽑을 수 있을지 걱정을 안겨주었다.

급기야는 학내에 세워져 있는 김윤배 전 총장의 부친인 김준철 전 총장의 동상을 강제 철거한 혐의로 이 대학 박명원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이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또 학교측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총장실 점거 농성을 풀지 않은 이 대학 교수회 조상 전 회장에게 6000만원이라는 이행강제금 채권추심을 위해 월급통장 압류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청주지법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결정하면서 점거를 풀지 않을 경우 하루 3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총장실 점거로 황신모 총장은 취임후 캠퍼스내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집무를 보다가 6개월이 지난 지난달에야 겨우 총장실로 출근하고 있다.

범비대위는 이런 황신모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또 다시 일전불사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청주대 사태는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나 다름없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충돌로 어느 한쪽이 박살나야 ‘상황 끝’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모두가 피해자다. 그중 부모가 대 준 등록금으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현수막과 천막으로 어수선한 학내 분위기속에서 그들이 진정 열정과 꿈, 끼를 갖고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나. 어른들이야 자신들 목적을 위한 투쟁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저 순진한 학생들은 그런 어른들 때문에 왜 피해를 입어야 하나.

청주대는 2차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등급에 포함돼 이달 중 현장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여기서 또 하위등급인 D·E등급을 받으면 부실대학으로 찍혀 회생불능에 빠질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인 셈이다.

다른 속셈이 없다면, 그 어느 누구도 청주대가 나락으로 빠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구성원 모두에게 두 눈 뚝 감고 우선 학교정상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번 2차 현장평가에서 회생해 청주대의 은근과 끈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특히 범비대위를 주도하는 동문회가 모교살리기에 앞장서 줄 것을 부탁한다. 평소엔 모교의 발전을, 모교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땐 탈출구를, 분규가 터졌을 땐 중재를 하는 게 동문회의 역할이다. 그런데 청주대 동문회는 모교 사태에 너무 개입함으로써 모교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되레 의심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중심에 있는 경청호 총동문회장은 지난해 10월 면담자리에서 당시 김윤배 총장의 멱살을 잡는 우격다짐을 보여 이미 순수성을 잃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개인적 야욕을 위해 동문회를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청주대도 학생중심대학 실현을 위해 2018년까지 적립금 1000억원을 투입, 전국 40위권 대학에 진입하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청주대, 지금은 분명 위기지만 웅비의 저력이 있는 대학이다. 모두가 이해관계를 떠나 상생과 발전을 위해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게 너와 나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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