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파국 차단' 해법 고심

(동양일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6일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결 무산을 계기로 '중대 기로'에 선 가운데 김무성 대표의 고민도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는 이날 본회의를 계기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게 '정치 도의'라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으나 유 원내대표가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하면서 당 대표 입장에서 난감한 형국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이후 국회 본관의 원내대표실을 찾아 배석자가 없는 상태에서 약 30분간 유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왔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달 25일에는 유 원내대표를 신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청와대와 친박계의 거센 사퇴 압박이 연일 계속되고 이로 인해 당내 충돌이 이어지자 최근에는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하는 김 대표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의 파탄만은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유 원내대표 거취와 관련한 어떤 발언도 자제할 것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다만 김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이 국회법에 대한 표결 거부를 통해 사실상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수용한 것을 계기로 유 원내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하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날 유 원내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김 대표는 거취를 표명하는 타이밍을 놓칠 경우 여론이 유 원내대표에게 안좋은 쪽으로 흐를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너무 끌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최고위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의견들에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이유를 못찾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대해 '당을 위한다'는 말에 모든 명분과 이유를 담을 수 있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는 최근 주변인사들에 "지금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유 원내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이 많지만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유 원내대표가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에는 6일이 계기가 될 것"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김태호 최고위원과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설전을 벌이다 회의가 파행한 것과 같이 당이 파국으로 가는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뜻을 주위에 전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내 갈등에 대한 해법에 대해 "오늘 본회의 끝나면 그런 노력을 해야 되겠지"라고 밝혀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 정리를 위한 자신의 역할론을 내비쳤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과거 자신이 총선 공천에서 떨어졌을 때 '백의종군'했던 결단을 유 원내대표가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면서 "당장은 억울하겠지만 멋진 결단을 통해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여권 내홍이 장기화할 경우 김 대표가 그동안의 소극적인 '중재' 역할에서 벗어나 유 원내대표를 상대로 '명퇴론' 설득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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