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 시인 '사자는 짐을 지지 않는다' 발간

낙타는 제 어미의 어미처럼/짐꾼 앞에 무릎 꿇고 등을 주지만//사자는 제 어미의 어미처럼/그 누구에게도 몸을 굽히지 않는다//채찍을 기억하는 낙타는/채찍 안에서 자유를 찾지만//정글을 기억하는 사자는/자신에게서 자유를 찾는다// (시 ‘사자는 짐을 지지 않는다’ 중에서)

이영숙(51) 시인이 최근 시집 ‘사자는 짐을 지지 않는다’를 발간했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지 않아 강물도 심장이 마른다’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그는 이 책에 69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담았다. 1,2부에는 다양한 독서를 통해 발화된 시들이 실렸고, 3,4부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느낀 철학적 심상들이 주조를 이룬다.

인간 정신의 세 단계를 낙타, 사자, 아이에 비유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시인은 표제작 ‘사자는 짐을 지지 않는다’를 착안한다.

‘제 어미의 어미’가 그랬듯 언제나 무릎을 꿇고 짐을 지던 낙타. ‘제 어미의 어미’가 그랬듯 누구에게도 몸을 굽히지 않고 자유를 찾던 사자. 시인은 그 두 동물의 모습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발견하고, 미래를 찾는다.

주어진 상황에 회의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 좋은 ‘예스맨’. 지금까지 낙타로 살아온 그의 삶의 이력이었다. 그는 이제 “영혼이 자유로운 시를 쓰기 위해서라도 비루한 삶은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사자의 삶을 꿈꾼다.

이 시인은 “평상시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좋게 보기도 하지만 결코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자처럼 과감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정신을 지녀야겠다. 그동안 아프고 상처받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빗소리, 새소리, 물소리를 좋아하고 들녘을 놀이터로 여기는 ‘야생의 여자’인 저자에게 도시의 삶은 가혹하다. 그에게 자본주의 도시는 또 하나의 사막이며, 낙타로 길들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시 ‘내가 사는 연못’, ‘지구온난화’ 등을 통해 도시화와 이로 인한 환경 문제들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 시인은 “태풍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유, 그 태풍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며 “모두가 시처럼 살아가며 시인이 되는 그 날까지 독자와 함께 소통 가능한 시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충북 청주 출생으로 충북대 국문과, 동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4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전국비존재’ 동인, ‘청주비존재’ 동인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와에세이. 127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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