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충북중앙도서관장, '선생이 별거니!' 발간

“엄마! 나, 선생 관둘까?”
교직생활에 갈등을 겪는 여교사가 어머니에게 하는 말이다. 심각한 딸의 질문에 어머니의 대답은 시큰둥하다.
“선생이 뭐 별거니? 먼저 나서, 뒷사람들 본보기 되게 잘 살면 그게 다 선생인 거지!”
남에게 본보기 되게 사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하늘도 땅도 아이들도 학부모도, 그리고 선생님 자신도, 알 사람은 다 알게 마련이다. (본문 중에서)

홍준기(59·사진) 충북중앙도서관장이 공직생활 40년을 마무리하며 또 일(?)을 냈다. 교육 에세이집 ‘선생이 별거니?’를 발간한 것. 이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준비하는 그가 젊은 시절을 고스란히 바친 충북 교육계에 마지막으로 전하는 선물 같은 책이다.

홍 관장은 “40년 공직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교실 밖 잔소리, 큰소리, 쓴소리’를 담은 이 책을 펴내기로 했다”며 “잔소리라 함은 내 이야기가 잔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이고, 큰소리는 약한 내 스스로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더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고, 쓴소리는 내 이야기가 어쩌면 듣기 거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큐슈대학원 이나바 츠기오 교수의 저서를 번역한 책 ‘구한말 교육과 일본인’과 첫 교육 에세이집 ‘교실 밖에서 채운 칠판’을 함께 출간한 홍 관장. 그가 세 번째로 세상에 내는 이 책에는 40년을 몸담은 충북 교육계에 대한 진한 애정과 걱정과 안타까움이 켜켜이 쌓였다. 스승의 권위가 사라져 가는 학교 현장에 대한 글에서는 서글픔이 엿보이기도 한다. 칼럼 ‘엄마, 나, 선생 관둘까?’에서 뽑은 제목 ‘선생이 별거니?’에는 교육에 대한 사랑과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역설적으로 담겼다.

1부 ‘교실밖 잔소리, 큰소리, 쓴소리’는 그동안 홍 관장이 지역 일간지 등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모아 엮었다. ‘돈 모으기, 돈 쓰기’, ‘학교 문이 닫히는 스승의 날’ 등 52편이 담겼다. 2부 ‘우지 마라! 홍소평’은 올해 회갑을 맞는 저자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전반기 자서전’. 3부 ‘갈거리 전원일기’를 통해 저자는 괴산 연풍에 시골집을 마련하고 아마추어 농사꾼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골집에 ‘홍인재’라는 이름을 붙이고 흙, 바람, 햇살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저자의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홍 관장은 “그저 허약했던 몸과 늘 비어 있던 마음을 지탱하고 채우기 위해 몸부림쳤던,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과 열정의 표현이라고 너그럽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춘길 충북사회복지신문 편집고문 겸 주필은 발문을 통해 “홍 관장은 중견 공직자로 경력을 쌓아 오면서 공인된 문필가로 입지를 구축했다”며 “전문가 수준의 언론관을 바탕으로 다방면에 걸쳐 피력해온 해박한 견해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1955년 충북 음성 출생으로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일본 큐슈대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1975년 공직에 입문, 충북교육청 공보계장, 기획관리과장, 공보관, 감사관, 충북도학생교육문화원장 등을 역임했다.

출판기념 북콘서트는 오는 11일 오후 4시 청주 선프라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김태중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 콘서트는 저자와의 대화, 본문 일부 낭독, 샘밴드의 공연 등으로 구성된다. 충북도내 교사들로 구성된 샘밴드는 이날 ‘사랑밖엔 난 몰라’, ‘해 뜨는 집’, ‘파이프라인’,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도서출판 고두미. 33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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