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인

분홍 거미줄 같은 것이라고 어떤 마음이 잡아서 뜯어내고

혀가 말려들어가는 벽을 일구는 것 같아 숨은 달력을

평평하게 다듬어지는 숫자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저녁의 넓이로

숨구멍을 닮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이상하고 기이한 몸서리 부표

흙으로 돌아오고 싶은 기념일 의자에 묶어놓은 하얀 풍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다 피곤해지는 나쁜 습과으로 눈을 찡그리는

안경을 벗고서 보는 옷 입은 숫자들 아름다운 날은 언제 또

물방울을 넣어둔 벽은 나비를 흘리고 리본을 낳고

하얀 손을 잡은 꽃이 사월의 창으로 늘어지고 허물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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