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고라니 등 출몰…농작물 피해 확산 우려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산간 등지선 수확 포기도

(동양일보) 보은군 회인면 오동리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는 이홍기(75)씨는 최근 며칠 새 쑥대밭으로 변한 자신의 밭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1주일 전부터 출몰하기 시작한 멧돼지 떼가 1300㎡ 밭의 옥수수를 모두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이씨는 “해마다 멧돼지 피해를 봤지만 올해처럼 싹쓸이 당한 것은 처음”이라며 “성한 옥수수가 거의 없어 아예 농사를 포기하고 일부 남은 줄기를 베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접한 회남면 분저리 송병우(66)씨의 고구마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멧돼지 출몰이 서너 차례 되풀이되면서 700여㎡의 고구마가 모두 파헤쳐지고, 덩굴까지 뽑혀 못쓰게 됐다.

송씨는 “군청에서 보내준 엽사들이 추적에 나서고 있지만 밤마다 떼 지어 몰려다니는 멧돼지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천시 두학동에서 3000여㎡의 담배와 콩 농사를 짓는 이병달(59)씨 밭에도 멧돼지, 고라니 떼가 출몰해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이씨는 “깡통을 매달아 밤새 소리를 내고 라디오 등도 틀어놔 봤지만 소용이 없다”고 푸념했다.

충북도내 산간 농경지 곳곳에서 농작물을 훼손하는 멧돼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 피해가 잇따라 농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민들이 울타리를 치거나 폭음기, 경광등, 허수아비 등을 만들어 나름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피해는 줄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의 작황도 시원치 않은 상태여서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다.

산림이 많은 제천시에는 올 들어 88건의 야생동물 피해신고가 접수됐고, 보은군에는 이달만 61건의 포획요청이 들어왔다.

농민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해당 시·군은 베테랑 엽사 등으로 ‘유해 야생동물 피해방지(포획)단’ 등을 조직, 농경지 주변에 나타나는 유해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있으나 워낙 마리수가 많다보니 피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옥천군은 이달 들어 피해 신고가 하루 3∼4건씩 접수되자 엽사 20명으로 운영하던 ‘유해 야생동물 자율구제단’을 27명으로 확대한 상태다.

충북도는 9억3300만원의 예산을 확보, 매년 반복피해를 입는 지역을 중심으로 도내 277곳에 전기목책, 전기울타리, 경음기 등 피해예방시설 설치에도 나서고 있다.

도는 이밖에 11개 시·군에 엽사와 동물보호단체 등으로 구성된 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포획시간을 오후 8시까지에서 밤 12시까지로 연장키로 경찰 등과 협의하고 있다. 포획단 구성 규정도 완화(총포소지 3명→총포소지 1명·비소지 2명)했다.

도는 이를 통해 지난해 고라니 1만25535마리, 까치 2444마리, 멧돼지 560마리 등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야생동물 1만6785마리를 포획한 것으로 집계했다.

올해 4억3300만원의 예산을 세워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도 보상한다. 지난해(3억1700만원)보다 36.6%(1억1600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도는 피해농가를 대상으로 전체 피해액의 80% 범위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피해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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