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천군립 생거판화미술관 소장작품전 ‘유월의 판화’

▲ 서희재 작, ‘자화상-언니들’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인쇄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판화를 통해 개성 넘치는 삶의 흔적들을 만난다.

오는 19일까지 진천군립 생거판화미술관에서 열리는 ‘유월의 판화’가 그것.

이번 전시는 판화미술관 소장작품전으로 권순왕, 손기환, 주성태, 홍선웅, 강동석, 하동철, 김홍식, 서희재씨 등 모두 13명의 판화작가 작품 27점을 선보인다.

권순왕 작가는 근대사를 소재로 영토의 문제 등을 경계로 상징되는 바다의 모습을 실스크린과 스텐실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손기환 작가는 분단된 현실을 서정적 풍경으로 대비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주성태 작가는 인생의 무게와 삶을 대하는 자세를 가상무대로, 우리가 사는 현실을 가벼운 종이카드로 비유해 현대인의 삶에 경종을 울린다. 그의 작품과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게 된다.

홍선웅의 모악연작 8점은 목판화기법으로 한지에 천연 염색을 하고, 무명 위에 먹물로 찍어 표현했다. 김제와 완주, 전주의 경계의 산으로 백제부흥운동에서부터 미륵신앙, 동학의 인내천 사상 등 민중에게 후천개벽의 꿈과 이상을 키워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를 천연염색의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해 냈다.

강동석은 목판으로 도심 속 장사하는 노인을 표현하고 있다. 날카로운 칼 터치로 삶의 고달픔을 느끼게 하고 소멸법을 통해 밀도 있는 표현으로 삶의 무게를 표현하고 있다. 이선원의 오목판화기법 Leaves는 식물의 잎사귀와 그에 맺혀진 이슬방울을 통해 숨을 쉬고 성장하는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고 하동철은 어린시절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보았던 빛, 학질을 앓으면서 본 태양의 빛,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꽃상여의 빛 등 개인적인 경험에서 만난 빛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빛은 동기와 계기를 특정하기 힘든 여러 경로로 확장돼 우주의 삼라만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창이자 고리로 작품세계의 모티브의 근원이 된다.

김홍식 작가는 스테인리스 위에 새기는 기법으로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된 사건을 보여준다.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며 상실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경꾼이 되어버린 자신의 감정적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서희재 작가는 수성목판화로 자화상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인체라는 장치를 빌어 하루하루의 자아성찰, 자기반성을 글자. 언어를 통하여 현실화 하고 있다. 언어들은 작가의 일기장에서 착안되어 온 것으로 현상화 방법을 위화여 콜라주의 파편화된 형식과 목판의 거친 표면감을 활용하고 있다.

판화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판화 애호가들이 판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제고시키고, 문화향유 기회를 마련해 예술적 향수를 충족하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미술관은 다음 전시로 세계적인 작가 고 백남준의 판화작품전을 열 계획이다.

문의=☏043-539-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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