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

오후 2시가 복사를 한다.

숱하게 많아진 가로수 나뭇잎들

햇빛을 한 장 두 장 복사한다.

찰칵찰칵 나는 경성시절 남대문 시장 사람들 복사한다.

젊은 엄마 스란치마 입고

흑백 사진 찍던 남대문시장이

내 기억을 한 장 두 장 복사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사람은 사람을,

하늘은 하늘을,

바람은 바람을,

생각은 생각 없이 사는

나를 많이도 햇빛 빌려 복사했다.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이

성냥알처럼 쏟아지는 사람들을 복사한다.

하루에도 수 천 미터나

파고들어가도 바닥이 나지 않은

하얀 기억 속에서 나는

남대문 시장 사람들을 복사한다.

햇빛가루 듬뿍 넣어서

잔치국수 같이 먹었던

젊은 엄마는 점점 남대문보다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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